‘첼로처럼노래하는바리톤’마티아스괴르네리사이틀

입력 2009-02-19 06: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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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목소리에서 흙내음을 맡을 수 있다면, 그건 바리톤이다. 트럼펫처럼 황금빛 찬란함으로 뻗어나가는 테너도, 영혼을 움켜쥐듯 울리는 베이스도 인간이 지닌 근본적 육성의 아름다움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리톤에 자리를 내 주어야 마땅하다. 잘 조율된 바리톤 가수의 노래를 듣는다. 눈을 감으면 검은 안개 속으로 희부연 이미지 하나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것은 조금씩 형상을 갖추어 나가고, 오래지 않아 하나의 완성체로 머릿속에 선연히 드러난다. 그것은 첼로다.거친 분노로 인한 울부짖음, 이별의 읊조림, 연인을 향한 사랑의 언약.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슬프기조차 한 첼로의 음색에서 바리톤을 듣는다. 독일 가곡의 명장 마티아스 괴르네는 슈베르트의 가곡을 첼로처럼 노래하는 몇 안 되는 가수 중의 한 명이다. 그는 슈베르트가 쓴 음절 하나하나에 서로 다른 컬러를 입히는 신기를 지녔다. 맑다 못해 투명하기조차 한 그의 음색은 비통함조차 달콤하게 들리게 만든다. 그리고 그 달콤함이 묘하게도 사람의 마음을 쥐고 흔든다. 괴르네는 소프라노 엘리자베스 슈바르츠코프와 바리톤 피셔 디스카우를 사사했다. 그의 노래에 짙게 밴 단아한 기품과 세련된 감정의 굴곡은 두 말 할 것도 없이 스승들의 은사다. 오페라에서도 인정받지만 무엇보다 독일 리트(가곡) 분야에서 최고의 명성을 쌓아 가고 있다는 점 역시 스승의 축복이다. 1997년 음반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영국 더 타임즈로부터 ‘올 해의 베스트 클래식 음반상’을 받았다. 지금까지 ‘겨울나그네’,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 ‘백조의 노래’로 이어지는 슈베르트 3대 연가곡 음반을 녹음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괴르네의 노래를 위해 피아노의 덧칠을 입혀 준 인물이 다름 아닌 거장 알프레드 브렌델이었다는 점이다. 마티아스 괴르네가 3월 13일과 14일 세종체임버홀 무대에 선다. 지난 2006년 내한 공연에서 슈베르트의 ‘아름다운 물방앗간 아가씨’와 ‘겨울나그네’를 불렀으니, 이번 공연은 슈베르트 3부작의 최종편인 셈이다. 두 차례의 공연은 각각 다른 프로그램으로 꾸며졌지만, 슈베르트의 가곡이라는 점은 동일하다. 200년 전 슈베르트와 친구들의 은밀하면서도 정겨웠던 ‘슈베르티아드(슈베르트의 밤)’를 느껴보고 싶다면, 놓치기 힘든 무대가 될 것이다. 3월 13일(금) 8시, 14일(토) 7시 세종체임버홀 문의 세종문화회관 02-399-1114~6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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