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바로크합주단,‘낯섬과익숙함의공존’

입력 2009-02-26 09: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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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어쩐 일인지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연주회를 몇 번이고 갔다. 그때 받았던 단아하기 그지없는 현음의 세례는 지금까지도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이 123번째의 정기연주회를 갖는다. 정감(?)이 가는 숫자다. 국내 최고(最高)이자 최고(最古·창단 44주년이 됐다)인 바로크 전문 합주단. 리더 김민의 주름살이 깊어질수록 이들의 음악도 숙성이 되어 간다. 이번 연주회는 무엇보다 프로그램이 좋다. 낯섬과 익숙함의 공존이다. 첫 곡은 강석희의 작품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탈춤’. 한국 초연이다. 이 곡은 본래 베를린 필하모니 12첼리스트(지난해 내한공연을 가졌다)를 위해 작곡된 것이다. 서울바로크합주단이 위촉해 현악 앙상블용으로 새롭게 편곡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아시에서는 처음 연주된다. 강석희의 이름이 낯설지도 모르겠다. 세계 작곡계의 거장 고 윤이상의 제자이며, 서울시향 상임작곡가로 ‘아르스노바’를 이끌고 있는 진은숙의 스승이라면 이해가 가실지. 첫 곡에서 낯섬을 느꼈다면 두 번째 곡에서 느긋함을 맛보자.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부동의 인기작 비발디의 ‘사계’가 무대에 오른다. 바이올리니스트 막달레나 레즐러가 협연한다. 언제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사계지만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사계 연주는 2002년 줄리엣 강과의 협연 이후 처음이다. 7년 만에 돌아온 이들의 사계는 어떤 맛, 어떤 느낌일까. 풀코스의 세 번째 요리는 C.P.E 바흐(요한 세바스찬 바흐의 아들이다)의 첼로 협주곡 A마이너. 플루트, 쳄발로 협주곡으로도 연주할 수 있도록 작곡된 이 작품은 초고난이도의 테크닉을 요하는, 연주가에게는 ‘고문’과도 같은 난곡이다. 캐나다 출신으로 로스트로포비치 국제첼로콩쿠르에서 우승한 게리 호프만이 활을 쥔다. 끝으로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예술고문이자 작곡가, 지휘자인 크시슈토프 펜데레츠키의 ‘현을 위한 신포니에타’로 디저트를 낸다. 3월 밤의 성찬과도 같은 서울바로크합주단의 정기연주회. 프로그램만 보아도 넉넉한 뿌듯함이 있다. 음악적 포만감이란 바로 이런 것일 게다. 3월25일(수) 오후8시|예술의전당 콘서트홀|문의 02-592-5728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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