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딩크의매직…첼시도춤춘다

입력 2009-02-26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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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지휘봉…열흘만에2연승
그의 ‘마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는 아직도 배고파했고, 특히 선수들을 다잡기 위한 심리전은 여전했다. 이기고도 결코 웃지 않는 승부사의 모습은 ‘또 한번의 매직’을 예고하는 듯 했다. 히딩크 감독의 첼시가 26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열린 2008-200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유벤투스(이탈리아)전에서 전반 12분 디디에 드록바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첼시는 원정으로 치르는 2차전(3월11일)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8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이기고도 불만 표출한 속셈은? 경기 후 히딩크는 승자의 표정을 짓지 않았다. 오히려 선수들의 경기력에 불만을 터뜨렸다. 히딩크는 “출발은 매우 좋았다. 전반 20분 동안 우리는 리드했고, 조직력도 좋았다. 상대를 압박했다”면서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럽지 못한 경기였다”고 못박았다. 수비와 미드필더, 미드필더와 공격수간 거리 조절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어 “유럽 대회의 경기는 무척 힘들지만 우리가 경기를 지배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아울러 “원정에서 여유를 더 얻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한 골 정도는 더 필요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상대는 띄웠다. “유벤투스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며 매우 영리한 팀이다. 그들은 짧은 패스의 경기를 했고, 페널티 박스에서는 여전히 위협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히딩크 특유의 심리전술의 요체이다. 마지막까지 선수들을 긴장하게 만들고, 잘 할 때 더욱 옥죄기 위한 작전인 셈. 한국대표팀의 사령탑이었던 2002월드컵 때처럼 잘못할 때 격려하고 잘 할 때 다그치는 모습은 여전했다. ○10일 만에 첼시를 바꿔놓은 원동력은? 히딩크는 사령탑 부임 이후 15일 왓포드와의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 8강전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다. 하지만 그의 존재 자체만으로 첼시는 달라졌다. 3-1로 승리. 데뷔전은 더욱 화려했다. 첼시는 22일 정규리그 25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서 1-0으로 이겼다. 10년간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한(6무3패) 난적 애스턴이었기에 승리는 더욱 값졌다. 챔피언스리그 유벤투스전까지 모두 3경기를 통해 ‘위기의 첼시’는 제자리를 잡는 모습이다. 감독 단 한명 바뀌었을 뿐인데, 이처럼 달라진 요인은 무엇일까. 탁월한 용병술이나 전술능력은 물론이고 히딩크의 카리스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스타들을 압도하고 있다. 선수들을 휘어잡는 심리전은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힘을 발휘한다. 게다가 극한 상황에서도 뛸 수 있는 체력을 요구했던 점도 주효했다. 경기장에서는 언제나 주도권을 쥐어야한다는 그의 지론, 그리고 겉멋 보다는 이기기 위한 실리축구가 먹혀들었다고 볼 수 있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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