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리스트’있다!없다!말바꾼경찰,외압때문?

입력 2009-03-2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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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명이 있다.” “입수한 문건에 리스트는 없다.” 모두 장자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최근 수사 경과 브리핑에서 한 말이다.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와 관련해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사건 해결의 핵심인 경찰이 모호한 표현으로 ‘말바꾸기’를 계속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경기 분당경찰서 오지용 형사과장은 19일 오전 브리핑에서 “유 모 씨 진술에 따르면 문건은 모두 7장으로 되어 있다. 그 중 KBS에서 제출받아 확보한 4장의 문서에는 리스트가 없다”며 “여러 사람의 진술로 미뤄볼 때 나머지 3장에 리스트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오 형사과장은 “확보한 문건에는 일부 관계자 이름이 있고, 이름이 지워진 것도 있다. 여러 가지 사항으로 추정이 가능한 이름이 있다”고 말했다. 이 브리핑 내용을 그대로 해석하면 처음 문건을 입수할 때 밝힌 내용과는 정반대의 주장이 된다. 경찰은 KBS가 문건을 확보한 다음날인 15일 첫 수사 중간발표 때 “문건에 폭행, 잠자리 강요, 술 시중 내용 등과 몇 명의 실명이 있다. 연루된 인물의 실명이나 직업 공개는 사실관계와 공익성을 따져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19일 기자들이 15일 발표 내용을 뒤집은 이유를 집중적으로 묻자, 그제야 오 형사과장은 “리스트는 이름이 나열된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때 말한 것은 문건의 문장 중에 관계자 이름과 추정이 가능한 사람이 있어 그렇게 말한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즉, 언론이나 일반 시민들이 ‘장자연 리스트’를 성상납, 술시중 강요에 관련된 인사의 이름이 등장하는 문건으로 생각한 데 반해, 경찰은 이를 단어 그대로 받아들여 관련자 이름이 순서대로 적힌 것으로 생각했다는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표현을 잘못 이해한 소통상의 오해라고 하기엔 수사 브리핑 때마다 오락가락 말이 바뀌고 있는 경찰의 태도는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많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이번 수사에 대한 외압설과 수사축소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은 15일 “실명이 있다”고 밝힌 뒤 이틀 뒤부터 수사 브리핑 때 말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17일에는 처음과 달리 “거론된 인사 가운데 일부 인사들의 이름이 지워진 채 받았다”고 했고, 18일에는 “문건에 거론된 리스트는 가지고 있지 않다”며 아예 “명단이 없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19일에는 “확보한 문건에는 리스트가 없다”고 다른 설명을 했다. 결국 경찰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장자연 사건’의 핵심에 대한 조사에 들어가야 이런 구설이나 추측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편 경찰은 일본에 머물고 있어 인터폴을 통해 적색수배를 요청한 장자연의 소속사 전 대표 김 모 씨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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