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30여년시장서고생한어머니…도둑의흔적들‘씁쓸’

입력 2009-04-03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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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시장에서 친정 엄마를 도와 같이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엄마는 30여년 넘게 시장에서 장사를 하셔서 고생도 참 많이 하셨습니다. 가게 문 일찍 여는 것도 저희 엄마 몫이었는데, 엄마가 좀 더 쉬고 나오셨으면 하는 마음에 제가 아침에 문을 열고 있습니다. 애들 학교 보내놓고 나오면 시간이 딱 맞습니다. 지난 공휴일, 그 날도 평소처럼 일찍 가게로 나왔습니다. 분명 전 날 셔터를 내리고 자물쇠로 단단하게 채워놨는데 가게 셔터가 1/5 쯤 위로 올라가 있었습니다. 왜 이런가 싶어 얼른 문을 열고 가게로 들어가 봤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가게 안이 완전히 아수라장이 되어 있는 겁니다. 순간적으로 도둑이 들었구나 싶어, 서랍 깊숙이 넣어둔 전대부터 찾아봤습니다. 꽁꽁 싸매뒀던 전대는 가게 바닥에 널부러져 있었고, 전대 안은 깨끗하게 싹 비워져 있었습니다. 동전을 모아둔 잔돈 통에는 십원짜리 몇 개만 처량하게 뒹굴고 있었고, 가게 한 켠 가득 쌓아뒀던 김도 밑바닥을 보일 정도로 거의 다 가져갔습니다. 혹시 더 없어진 게 없을까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도둑이 휩쓸고 간 자리를 마치 무슨 답습이라도 하듯이 뒤져보며 가게 안을 살폈습니다. 오징어며 황태며 가게 안에 물건들이 야금야금 없어진 것뿐 아니라, 가게 안 쪽에 걸어둔 옷까지 손을 댔습니다. 혹시 그 안에 돈이 있을까 싶어 그랬는지 옷걸이의 옷들을 죄다 뒤져서 바닥에 다 떨어 뜨려놨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가게를 둘러보며 피해상태를 확인하고, 친정 엄마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엄마도 놀라셔서 얼른 가게로 오셨습니다. 그런데, 평상시에도 ‘한 침착’하시는 저희 엄마는 저처럼 우왕좌왕하지도 않으시고 역시나 차분하셨습니다. “아휴. 그래도 사람이 안 다쳐서 다행이다. 속상하지만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하자” 하셨습니다. 저는 찜찜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신고를 하자고 엄마께 그랬는데, 엄마가 “신고한다고 다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액땜했다고 생각하자”고 하셨습니다. 다음 날, 저희는 자물쇠를 크고 튼튼한 걸로 바꾸고 다시 장사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후 한 경찰관 아저씨가 손님으로 오셨습니다. 전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앞으로는 시장골목 순찰에도 신경을 더 많이 좀 써달라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부산 사하ㅣ 여명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남의 것은 탐내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그 날의 정신적 충격이 지금까지도 꽤 오래 갑니다. 우리 모두 건강한 몸과 정신으로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부산 사하|여명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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