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3패면 안되는데, 2승2패가 돼야 하는데요.”
8일 톈진 테다전을 앞둔 포항 홍보팀 김태형 대리의 목소리는 비장했다. 이는 포항의 전적만을 뜻한 게 아니다. 7일과 8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H조 조별리그 3차전이 모두 한·중 클럽 간 맞대결로 벌어지며 리그를 넘어 국가 간 자존심 양상으로 번졌다.
7일 울산은 베이징 궈안을 1-0으로 꺾었지만 ‘디펜딩 챔피언’ 수원은 상하이 선화에 1-2로 패했다. 8일에는 포항-톈진전에 앞서 FC서울이 산둥 루넝에 0-2로 무릎을 꿇었기에 포항이 이겨야만 2승2패로 균형을 이룰 수 있었다.
대표팀 경기에선 ‘공한증’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한국이 강한 면모를 보였으나 클럽 간 대결은 달랐다. 최근 2년 간 K리그는 중국 팀들과의 싸움에서 2승1무4패로 열세를 면치 못했다. 더욱이 포항은 작년 챔스리그에서 중국 창춘 야타이에 1무1패를 거둬 조별리그에서 탈락했기에 설욕하고픈 마음이 더 강했을 터.
포항의 승리가 포항만의 기쁨이 아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울산과 포항 2개 구장을 찾은 관중은 고작 8423명. 더구나 7일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는 1389명의 관중만 들어차 ‘숫자를 셀 수도 있겠다’는 자조 섞인 농담까지 흘러 나왔다. 축구인들은 현 상황을 작년 베이징올림픽과 올 초 WBC에서 선전한 라이벌 종목 야구와 비교해 축구계의 전반적인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챔스리그에서나마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는 나름의 위기 대처법인 셈. 승리가 확정된 후 김 대리의 얼굴에는 승리의 기쁨과 안도의 한숨이 교차하고 있었다.
포항|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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