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잔한사랑의진실-잉거마리콘서트

입력 2009-04-16 16: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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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전원을 켜고 시디를 넣었다. 1번 플레이어 재생. 방의 조명을 끈다. 패널의 불빛만이 어둠 속에서 파랗게 빛난다. 이윽고 한 여자의 목소리가 낡은 스피커를 통해 비어져 나온다. 오래된 포구의 을씨년스러움, 하지만 따뜻하다. 그대로 눌러앉아 막회 한 접시에 소주잔을 비우고 싶다. 오늘 하루쯤이야 어때. 어쨌든 세상은 돌아가잖아? 낯선 편안함. 유럽의 노라 존스로 불리는 잉거 마리의 목소리는 우리에게 당혹스러울 정도의 안도감을 준다. 오랜 무명의 세월을 보내고, 불과 2년 만에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재즈 뮤지션으로 성장한 사람. 그래서일까. 그녀의 목소리는 솔직하다. 어쨌든 자신이 겪어 온 인생이기에, 무엇을 노래해도 곧이곧대로 이쪽의 심장에 파고든다. 설사 거짓이라도, 그녀가 노래하면 진실로 들린다. 잉거 마리는 20여 년 세월을 노르웨이 남부 해안의 아렌달이란 작고도 아름다운 곳에서 보냈다. 40대 후반에 이른 2004년에야 첫 데뷔 앨범을 냈다. 이 음반이 노르웨이 최고의 라디오 채널인 P1에서 1위, 일본 HMV 차트를 석권하면서 로라 피지 이후를 책임질 유럽 재즈보컬의 새로운 스타로 급부상했다. 2005년에 처음 내한해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고, 지난 해 마포 재즈페스티벌에 초청돼 두 번째 내한 공연을 치렀다. 전석 매진사례였다. 지난 겨울부터 올 2월까지 그녀는 새로운 음반(3집·My heart would have a reason)을 만들었다. 두 차례의 한국행을 통해 ‘애한파(愛韓派)’가 되어 버린 그녀는 이번 앨범에 양희은이 노래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Even When’으로 개사해 넣었다. 5월 19일 잉거 마리는 세 번째 한국을 찾는다. 자신의 오늘을 만들어준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캐롤 킹의 원곡을 리메이크했다)’를 비롯해 ‘Always on my mind’, ‘Even when’, ‘The road from yesterday’ 등 1집부터 3집까지의 주요 곡들을 부른다. 진솔한 사랑을 읊조리듯 귓가에 불러주는 잉거 마리의 목소리에 젖고 싶다면 놓치기 힘든 공연이다. 이 봄, 사랑하고 싶은 이들에게 잉거 마리의 노래를 권한다. 이 봄, 굳이 사랑하고 싶지 않은 이들에게도 잉거 마리의 노래를 권한다. 5월 19일(화) 8시|LG아트센터|문의 영앤잎섬 02-720-3933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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