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에서보낸편지]“영화제는올림픽이아니잖아요”

입력 2009-05-18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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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 [스포츠동아DB]

“영화제는 올림픽이 아니잖아요.”

영화 ‘박쥐’로 제62회 칸 국제영화제를 찾은 송강호의 말입니다. 실제로 칸 국제영화제는 ‘박쥐’를 비롯해 20편이 참가하는 경쟁부문 상영작만 있는 게 아닙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비경쟁 부문 등 공식 상영 섹션 뿐 아니라 감독주간, 비평가주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영화보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영화제입니다. 주연 배우 자격으로 영화제에 참가한다는 기쁨은 당사자가 아니면 사실, 가늠하기 어려울 테지요.

송강호는 그래서 “영화제에서 수상하는 것은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과는 다르다. 수상 여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물론 “작은 상이라도 받으면 고마울 것이다”는 기대감도 숨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말은 다음이었습니다.

“혹시 상을 못받는다면 마치 영화에 하자가 있는 것처럼 오해할 것 같아 우려스럽다.”

그렇습니다. 영화제는 말 그대로 영화의 축제입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우리 언론의 시선은 일부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박쥐’의 언론 시사가 끝난 뒤 현지 공식 소식지들이 내놓은 평점에 대한 국내 보도 행태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일부 매체는 르 필름 프랑셰의 15명 비평가들 평점을 임의로 평균 평점으로 환산, 점수를 매겨놓기까지 했더군요. 또 마치 마라톤 경기를 중계하듯 초반 상영작 평점의 현황을 소개하며 순위의 뉘앙스를 풍기는 보도 또한 많았습니다.

물론 기자 역시 그런 보도 행태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음을 고백합니다.

레드 카펫을 둘러싼 논란도 마찬가지입니다. 17일 새벽(한국시간) ‘마더’ 팀의 레드카펫 행사를 두고 일부 언론이 문제를 삼았습니다.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상영작의 경우 공식 레드카펫 행사를 하지 않음에도 이를 강행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레드카펫 행사가 영화제측의 요청이나 승인이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고, 또 봉준호 감독이 레드카펫에서 진행자와 인터뷰를 하는 등 ‘마더’ 팀의 레드카펫은 당연히 영화제의 공식 행사였습니다.

지금 칸에서는 많은 한국 취재진이 치열한 보도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일부의 과도한 보도가 대중의 시선을 모으기 위한 치열함의 결과라고 애써 생각하고 싶습니다.

칸(프랑스)|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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