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리지널 경상도 토박이 아지매입니다.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살았지만, 경상도를 벗어나 본 적이 없어요.

저는 평소에 경상도 사람이라는 걸 참 자랑스럽게 생각하는데, 딱 하나, 요 놈의 사투리는 가끔 원망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경상도 사투리는 아무리 표를 안 내려고 애를 써도 특유의 억센 악센트 때문에 어딜 가나 표시가 납니다. 표준어를 쓰는 서울 사람들과 얘기할 때는 유독 신경이 쓰이지요.

한번은 서울에 사시는 어떤 분이 전화를 했습니다.

저희 남편 이름을 묻더라고요. 제가 말씀을 드렸는데, 계속 그 분이 못 알아들으시는 겁니다. 남편 이름이 ‘승덕’이거든요. 제가 아무리 ‘승덕’이라고 해도 “네? 뭐라고요? 성덕 씨라고요?” 이러시는 겁니다.

원래 경상도 사람들이 ‘으’ 와 ‘어’ 발음을 할 때, 그 중간 발음으로 말을 하거든요.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잘 구별을 못 하는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들을 때도, ‘으’와 ‘어’를 구별하지 못 하고 들어요.

그래서 서울 사람이 “그러니까 성덕 씨라고요?”하는데, “네 맞습니더. 승덕 씨”하고 대답했던 거지요.

그러니 그 간단한 통화가 얼마나 길어지던지, 그 순간 상대 분이 기지를 발휘해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러니까, 성공할 때 ‘성’자라는 거예요, 승리할 때 ‘승’자라는 거예요?” 그제야 저는 “아, 그러니까요. 승리할 때 ‘승’잡니더. 승리할 때 ‘승’자” 하고 얼른 대답했지요.

그랬더니 이번엔 그 분이 ‘덕’자가 의심됐나 봐요. “그럼 마지막 자는 ‘덕’자 맞으세요? 도덕할 때 ‘덕’이에요? 소득할 때 ‘득’이에요?” 그래서 제가 이랬습니다. “승득이라 카믄 이름이 너무 으렵지예~ 승득 아이고, 승덕입니더, 승덕. 도덕할 때 ‘덕’하는 승덕~”

어쨌든 그렇게 어렵게 저희 남편 이름을 전달했는데, 전화 끊고 나니까 남편 이름이 괜히 원망스럽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일은, 저 뿐만 아니라 저희 아들한테도 일어났습니다.

아들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으로 받아쓰기 시험을 봤습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아주 심했던 담임선생님께서 “글을 ‘써’세요” 하고 불러주셨다더군요. ‘글을 쓰세요’라고 말씀하신 건데, 사투리 때문에 ‘쓰세요’가 ‘써세요’가 된 거였지요.

그런데 저희 아들이 불러 주신대로 ‘글을 써세요’라고 썼다가 틀리고 말았습니다. 아들이 어찌나 억울해 하던지….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표준어는 ‘써세요’가 아닌 ‘쓰세요’인 걸요.

지난번엔 저희 아들이 저한테 문자를 보냈는데, ‘아따머시또이래날씨가지기주노’이렇게 왔어요. 처음엔 이게 일본말인가 했습니다.

띄어쓰기도 하나도 안 하고, 발음 그대로 적으니, 꼭 무슨 일본말 같더라고요. 그런데 찬찬히 읽어보니 ‘아따, 머시 또 이래 날씨가 지기주노’였습니다. 그러니까 서울말로 바꿔 읽으면 ‘어머, 무슨 날씨가 이렇게 좋아요?’ 이 정도가 되겠지요. 혼자 그 문자를 보고 한참을 웃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왕영은 씨 같이 서울 말씨 예쁘게 쓰는 사람이 참 부러운데, 아마 이상우 씨도 경상도사람이라 저의 마음을 잘 아실 것 같아요. 어쨌든 요즘은 우리 아들 사투리 쓰는 거 보면서, “쟈를 서울로 데꿀가 표준어 공부를 시키든가 캐야하는데” 하고 고민합니다.

경남 밀양시 이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