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프리토킹]로마의저주…맨유‘쩐의전쟁’후폭풍

입력 2009-06-0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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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4’중심으로진행중인이적시장
퍼거슨에 반기든 호날두 이적쪽에 무게 … 테베스, 맨시티서 3000만파운드 베팅
유럽 최고의 리그임을 자부하며 축구팬들을 울리고 웃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내내 뜨겁게 진행된 한 시즌은 막을 내렸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라운드의 혈투 못지않은 흥밋거리가 마련돼 있다.

여름 프리시즌을 맞이해 개장을 준비 중인 선수 이적시장. 일명 ‘쩐의 전쟁’으로 불리는 머니 게임은 비 시즌의 지루함을 충분히 달래줄 것으로 보인다. 공식 개장시기는 7월부터 2009-2010시즌이 시작된 뒤 8월 말까지. 그러나 이미 각 클럽들은 자신들이 희망하는 영입 및 방출 리스트를 손에 쥔 채 계산기를 두드리며 활발한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 ‘빅 4(맨유, 첼시, 아스널, 리버풀)’을 중심으로 현재 진행 중인 선수 이적시장을 살펴봤다.

○맨유, 올 여름 선수이적 ‘태풍의 핵’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은 승자에게는 최고의 명예가 주어지지만 패자에게는 엄청난 후폭풍이 뒤따른다. 사령탑의 전술 부재와 선수 장악력에 대한 비판은 물론, 주축 선수들을 둘러싸고 온갖 이적설이 나돌며 심각한 후유증이 예고되고 있다. 이번에는 FC바르셀로나에 우승컵을 내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중심에 섰다.

작년 챔스리그 결승에서 맨유에 패한 첼시가 디디에 드록바, 마이클 에시앙 등 주력 멤버들의 이탈리아 세리에A 인터 밀란행 낭설로 곤욕을 치른 당시와 상황이 비슷하다. BBC스포츠, 스카이스포츠 등 방송사부터 더 타임스, 가디언 등 저명 일간지와 데일리 미러, 더 선 등 타블로이드 언론까지 대다수의 현지 미디어들은 맨유 선수단을 중심으로 각종 루머와 가십성 보도를 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매체들은 ‘Player Transfer Rumours & Gossips’ 코너를 따로 마련해 시간대별 속보까지 전한다.

심심찮게 들려오는 박지성의 방출설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를로스 테베스의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 우중충한 영국 기후에 적응하지 못해 따스한 스페인(레알 마드리드)으로 떠난다는 소문이 작년부터 나돈 호날두는 올해 챔스리그 결승전을 마친 뒤 “전술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퍼거슨에 반기를 들었고, “다음 시즌에도 맨유에 남을지 모르겠다”며 이적에 무게를 실었다.

부족했던 출전 시간에 불만을 품고 있는 테베스도 마찬가지. “돈이 아닌 적은 기회가 나를 힘겹게 했다”고 거듭 밝혀온 테베스를 붙잡기 위해 맨유는 2500만 파운드(500억원) 가량 준비했으나 지역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가 이미 3000만 파운드의 거액을 베팅했고, 이밖에 미드필더 사비 알론소의 거취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리버풀과 새로운 ‘지구방위대’ 창설을 노리는 레알 마드리드도 호시탐탐 테베스를 노리고 있다.

또 맨유의 윙어 요원 나니가 방출설에 휘말렸고, “향후 1년 정도가 내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던 미드필더 폴 스콜스가 스토크 시티에서 플레잉 코치직을 제안 받은 가운데 위건과 챔피언십(2부 리그)에 강등된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도 스콜스 영입에 관심을 보인다.

물론, 맨유에 방출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영입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클럽 공식 홈페이지에 따르면, 맨유는 각기 3000만 파운드와 6000만 파운드 몸값에 달하는 카림 벤제마(리옹)와 프랭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를 노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1500만 파운드 가치의 클라우스 얀 훈텔라르(레알 마드리드)도 영입 리스트에 올라있다.

○첼시 자금줄 풀까?…아스널·리버풀은 ‘글쎄’

거센 폭풍이 몰아치고 있는 맨유에 비해 나머지 3개 빅 클럽의 분위기는 떠들썩한 편은 아니다. 아르헨 웽거 감독이 이끄는 아스널은 토고 출신 골게터 아데바요르의 거취가 이적시장 최대 사안이다. 일단 웽거의 아데바요르에 대한 신뢰는 떠난 상황. 4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아데바요르의 이적 루머는 내내 아스널의 골칫거리였다.

5월 말 데일리 메일, 더 선에 의하면, 아데바요르는 작년 여름부터 AC밀란행을 준비한 것으로 전해졌다. 첼시와 인터 밀란도 꾸준한 관심을 보여왔으나 아데바요르는 AC밀란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공식적인 금액은 아니지만 아데바요르를 떠나보내는 대가로 아스널은 최소 20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책정했다. 첼시는 간접적인 루트로 3000만 파운드를 제시했으나 웽거는 일정 부분 금전적 손해와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런던 라이벌에게는 보낼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아데바요르 본인이 희망하는 AC밀란으로 보낼 확률이 높다.

임시 사령탑을 맡아온 히딩크 러시아대표팀 감독의 후임으로 AC밀란을 이끌었던 ‘명장’ 카를로 안첼로티가 첼시의 지휘봉을 잡는다. 그는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에 대한 절대적인 신봉자로 알려져 있다. 웽거와 아스널의 반발에도 불구, 아데바요르에 꾸준히 구애를 펼쳐왔고, 바르샤를 챔스리그 우승으로 이끈 사무엘 에투에게도 러브콜을 보냈다. 심지어 한솥밥을 먹게 된 드록바에게 직·간접적 오퍼를 던진 것도 유명한 일화. “리빌딩에 적합한 최적의 감독이 왔다”고 환영의 뜻을 전한 첼시의 주장 존 테리는 이번 여름에 팀을 떠날 것으로 보이던 드록바를 꼭 잡아달라고 안첼로티에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렉산드르 파투(AC밀란), 수비수 글렌 존슨(포츠머스), 유리 지르코프(CSKA 모스크바) 등이 첼시의 영입 1순위 후보군이다.

첼시와 반대로 리버풀은 ‘수성’하는 입장이다. 더 타임스는 사비 알론소에게 레알 마드리드가 22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제시한 것에 대해 리버풀의 라파엘 베니테스 감독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어떤 선수라도 내줄 계획이 없다”고 발끈했다고 전했다.

한편, 리버풀은 맨유 테베스 외에도 뉴캐슬에서 생애 첫 2부 리그 강등의 수모를 겪게 된 마이클 오웬을 다시 데려와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동의하고 있어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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