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사랑해요,엄마!

입력 2009-06-11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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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마음아프게안할게요…
몇 달 전 친정엄마와 크게 다투고 말았습니다.

31년을 살면서 단 한번도 엄마의 말씀을 거역하거나 대든 일이 없었는데, 엄마와 언성 높여 제가 싸우고 만 겁니다. 이유는 제 밑의 두 여동생 때문입니다. 둘 다 시집을 갔는데, 아이 낳고 잘살길 바라는 저와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매일 남편과 싸우고 툭 하면 친정으로 왔습니다. 한 시도 조용한 날이 없더니, 끝내 이혼 얘기까지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동생이 너무 미운 생각에 싫은 소리를 좀 했습니다. 엄마가 그걸 보시더니 “걔네들이 오죽 했으면 그런 결단을 내렸겠니. 넌 큰 언니가 돼가지고 그런 것도 생각 못 해주니?” 이러시는데, 그 말에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난 쟤네들이 엄마 맘도 모르고 이혼이네 어쩌네 하는 게 속상해서 야단을 친건데, 엄마는 어쩜 그런 식으로 나한테 말을 해? 엄마는 큰 딸 없이 나머지 딸들하고 잘 지내 봐∼” 그러고 돌아서서 나온 게, 벌써 한 달, 두 달, 그렇게 세 달이 지났습니다.

그러다 지난 주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다섯 살 난 조카 대호였습니다. 대호는 엄마가 돌봐주고 계시는 둘째네 아들이었습니다. 조카는 “이모 뭐해? 왜 할머니 집에 안 와? 대호 안보고 싶어?”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조카 옆에, 엄마 목소리가 조그맣게 들렸습니다.
“이모 밥 먹었냐고 물어봐. 이모 안 아파∼ 해봐.”

그 목소리를 들으니까 마음이 짠해지더라고요. 엄마도 제 걱정을 하시면서 차마 전화를 못 하고, 조카를 시켜서 제게 전화를 하신 거였습니다. 저는 “대호야. 할머니가 뭐라셔? 이모 보고 오라고 그래? 이모 밥 먹으러 갈까?” 하니까 “응 이모∼ 빨리 와∼∼ 빨리 밥 먹으러 와∼” 그러더군요. 저는 전화를 끊고 서둘러 옷을 챙겨 입었습니다. 남편과 아이들까지 챙겨 서둘러 친정으로 갔습니다. 가는데 겨우 15분 걸리더군요.

자식인데, 제가 먼저 다가갔어야 했는데, 엄마한테 너무 많이 미안했습니다. 친정집 문을 열자마자 엄마가 나오시더라고요.

엄마는 활짝 웃으시며 저희 아이들부터 번쩍 안아 주셨습니다. 그리고 얼굴을 부비며 반가워하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며 제가 머뭇거리고 있으니까 “어이구∼ 이 엄마 죽기 전까지는 안 볼 작정을 하고 가더니, 왜왔냐?” 그러시기에 “알아. 나도 안 오려고 했어. 그런데 애들이 자꾸만 외할머니 보고 싶다고 떼를 쓰잖아. 나도 못 이겨서 온 거야”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엄마랑 저, 화해 아닌 화해를 했습니다. 몇 달 동안 하지 않은 얘기 거리가 어찌나 그리 많던지 그날 엄마와 전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오랫동안 이야기꽃을 피웠답니다.

전 엄마 손을 꼭 잡고 속으로 이렇게 말했어요. ‘우리 이제 서로에게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기로 해요. 맘속에도 없는 말로 가슴 아프게 하지 말아요.’ 그러자 저희 엄마도 제 손을 꼭 잡으시더군요. ‘그래. 그러자. 우리 앞으로도 재미나게 살자.’ 꼭 그렇게 말씀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충북 청주 | 손정화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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