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디들이말하는꼴불견연예인‘뒷담화’
“18홀 매치플레이를 한 번만 같이 해보면 19년 동안 책상머리에서 거래를 한 것보다 상대방을 더 잘 알 수 있게 된다.” 미국의 유명한 골프평론가 그랜트랜드 라이스는 그 사람의 성격이나 됨됨이를 파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골프를 해보는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골퍼는 18홀 라운드가 끝날 때까지 다양한 환경에 처한다. 잘 맞은 샷이 벙커에 빠지는 불운을 맛보기도 하고, 토핑된 볼이 데굴데굴 굴러 홀 옆에 붙는 행운이 찾아오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사람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분을 표현하기 마련이다. 그런 모습에서 성격을 파악할 수 있다.
골프가 대중화되면서 연예인들의 골프장 출입도 잦아졌다. 갓 데뷔한 20대 초반의 연예인부터, 한류스타의 모습을 보는 일이 어렵지 않다.
인터넷 캐디카페에는 이들의 방문기가 적나라하게 소개돼 웃음을 준다.
지난달 말 평소 매너 좋기로 소문난 한류스타 A 씨가 경기도 용인의 B골프장을 찾았다. 당연히 난리가 났다. 가장 부러움을 산 사람은 다름 아닌 동반 나간 캐디. 최소 5시간이나 함께 있어야 하니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필드에 나간 A 씨에게는 반전이 숨어 있었다.
이른바 ‘진상스타일’이다. 캐디들이 말하는 진상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본인이 잘못 쳐놓고 캐디를 탓하는 골퍼, 미스 샷을 하고 클럽을 잘못 줬다고 투덜대는 골퍼, 볼 찾아달라고 산으로 심부름 보내는 골퍼 등이다. 이날 A 씨의 행동은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됐다. 속된 말로 ‘진상 중의 진상’이다. 운동으로 다져진 근육질 몸매 때문에 공을 멀리 치기는 하지만 페어웨이 중앙으로 떨어지는 일은 가뭄에 콩 나듯 했다. 볼을 찾아 헤매 다녀야 했던 탓에 5시간이면 끝날 라운드가 6시간이나 걸렸다.
“라운드 두 번만 나갔다가는 아킬레스건이 끊어질 것 같아요. ㅠㅠ”
영화배우 C 씨의 진상스토리는 골프장에서 유명해진지 오래다.
거리측정기에 갖가지 첨단 장비로 중무장한 C 씨는 골프가 안 되면 무조건 캐디 탓이다. 더욱 심한 건 골프장에 와서 ‘별 다방’ 커피만 찾는다는 사실이다. C 씨가 뜨면 볼 찾는 시간보다 커피 사러가는 시간이 더 걸린다.
진상만으로 아쉬웠는지 이날의 라운드는 ‘자뻑’으로 끝났다.
“손님, 클럽 확인하셨으면 사인해주세요.”
“언니! 이름이 뭐라고 했죠?”
“누가 자기 사인해 달라고 했나!? 아놔∼”
제 아무리 스타라 하더라도 ‘진상’은 누구에게나 환영받지 못한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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