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쳤다하면두방…박병호의 ‘쾅쾅쇼’

입력 2009-07-04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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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프로야구 LG트윈스 대 두산베어스 서울 라이벌 경기가 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2회말 무사 1루 LG 박병호가 우중월 투런 홈런을 날리고 있다. 잠실 | 김종원기자 won@donga.com

김재박 “내가 공들이는 4번감”
3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LG 김재박 감독은 이날 엔트리에 복귀한 상대 4번 김동주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1루에서 펑고를 받고 있는 박병호(23)를 보더니 “한두해 더 지나면 병호가 LG에서 그런 역할을 해줘야 하고,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4번 타자의 존재감’을 확실히 갖춘 김동주처럼, 박병호가 미래 LG를 이끌 간판 거포가 돼주길 바라는 마음과 믿음이 담긴 말이었다. LG는 역대로 이렇다할 토종 4번 타자를 보유하지 못했다. 10년 넘게 김동주가 붙박이 4번을 지키고 있는 두산을 한결같이 부러워했고, 그래서 박병호에 거는 기대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올 시즌은 페타지니가 4번 역할을 충실히 해주고 있지만 언제까지 용병만 바라보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

이런 감독의 마음을 알아챘던 것일까. ‘2군행 보약’을 먹은 뒤 복귀전이었던 지난달 24일 잠실 히어로즈전에서 생애 첫 연타석 홈런을 터뜨렸던 ‘LG의 희망’, 박병호의 방망이가 또 한번 폭발했다. 게임 전 6번 타순에 올라있는 자신의 이름을 보며 “잘 해야죠. 감독님도 그렇고, 주변에서 큰 기대를 해주시는데 이젠 정말 잘 하고 싶어요”라던 다짐은 허튼 말이 아니었다.

2회 무사 1루에서 상대 선발 노경은의 2구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 펜스를 넘긴 선제 결승 2점포는 시작에 불과했다. 선두타자로 나선 4회, 또다시 노경은의 직구를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25m짜리 대형 아치를 뿜었다. 히어로즈전에 이은 생애 두 번째 연타석 홈런. 7회 2사 만루서 맞은 세 번째 타석에선 침착한 선구안으로 밀어내기 볼넷까지 얻었다. 3타수 2안타 1삼진 1볼넷 4타점. 무엇보다 복귀 이후 9경기에서 무려 5개의 홈런을 때려냈다는 점이 유독 눈길을 끈다. 상무 입대 직전 시즌이었던 2006년, 48게임에서 개인 최다였던 5개 홈런을 때렸던 걸 떠올리면 놀라운 발전이다.

“어제(2일) 게임에서 찬스를 살리지 못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고 마음 고생을 털어놓은 그는 “주변에서 내게 무엇을 기대하시는지 잘 알고 있다. 그게 바로 내 꿈이기도 하다”면서 팀을 상징하는 거포로 성장하고 싶다는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잠실|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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