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불꺼진구장을뛰는고참들…롯데가달라졌어요

입력 2009-07-16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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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가 끝난 뒤에도 4명이 남아 자발적으로 훈련했다.”

롯데 로이스터 감독은 15일 사직 한화전에서 앞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는 자리에서 흐뭇한 웃음을 지었다. “누가 훈련을 했느냐”는 질문에 로이스터는 “누구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웃은 뒤 “어제는 안 했지만 그저께 훈련한 선수도 있기 때문에 어제 훈련한 선수만 부각시킬 수는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롯데에 서서히, 작지만 큰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롯데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선발 라인업에 포진하고 있는 김민성 박정준 이승화 장성우 박종윤 등 젊은 선수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지만 자발적으로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경기 후에도 실내훈련장에서 방망이를 돌린 뒤 사직구장을 나서고 있다고 한다. 특히 김민성은 상동 2군 숙소생활을 하기 때문에 사직구장에서 훈련량이 부족하다 싶으면 상동에 도착한 뒤에도 개인훈련을 한 뒤 잠을 잘 정도다. 젊은 선수 뿐만 아니라 조성환이나 홍성흔 등 베테랑들도 경기 후 불꺼진 사직구장 그라운드를 달리는 모습을 종종 목격할 수 있다.

과거 롯데 선수들은 경기 후 훈련을 하지 않기로 정평이 나 있었다. 경기만 끝나면 ‘퇴근 본능’이 발동했다. 마치 ‘누가 먼저 빨리 사직구장을 빠져나가나’ 내기라도 하는 듯한 분위기였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훈련하는 선수들을 신기한 눈빛으로 바라봤고, 훈련하는 선수가 오히려 쑥스러워했다.

올 시즌 한때 롯데는 5할승률을 기준으로 승수보다 패수가 -13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그러나 기적적으로 14일에 5할승률에 도달했고, 15일 한화전 승리로 이젠 ‘+1’로 남는 장사를 하게 됐다.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이 많이 다쳤는데도 -13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대단한 일이다. 우리 선수들이 너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과거 패배주의로 물들었던 롯데 선수단에 이젠 서서히 ‘이기는 법’이 스며들고 있다. 경쟁심과 프로정신. 선수들은 ‘진정한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땀의 법칙’을 알아가고 있는 듯하다.

사직|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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