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녕의별★다방]하지원이영화판‘부적’이된이유…

입력 2009-07-29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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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원.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급등주는 많은데 우량주는 드문 게 연예계다. ‘반짝’하는 일은 잦지만 한결같이 빛을 내는 일은 드물다는 말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하지원(사진)을 일컬어 ‘부적’이라고 했다. 그냥 ‘잘 될 것’이라는 믿음보다는 잘 되게 해달라는 바람이 담겨 있는 별명이다. 그런 의미에서 부적은 흥행 성적 좋은 배우들에게 자주 따라다니는 수식어인 ‘보증수표’와 확연히 구분되는 게 있었다.

신인 시절 하지원은 어딘가 ‘악바리’같은 구석이 다분했다. 너무 적극적이면 덤비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듯, 솔직히 좀 무섭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운이 좋은 배우는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까지 이룬 것에 비해 그녀의 이름에 따라다니는 수식어의 숫자는 매우 적었다. 하지원에게 스타들이 누리는 인기의 ‘거품’이란 것은 유난히 인연이 없었다. 대중이 그녀에게 매긴 ‘박한 점수’는 흥행 승률을 높이는데 적잖은 작용을 했던 것도 같다. 출연작을 살펴봤을 때 개봉 전부터 ‘기대작’이었다기 보다는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괜찮더라는 실한 작품이 많았던 게 그 증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최근 개봉한 영화 ‘해운대’는 제작비 등 규모 면에서 눈길을 끌기도 했지만, 국내에서 한번도 시도하지 않은 재난 영화란 점에서 혹여 ‘재앙’이 되진 않을까란 우려도 많이 사왔다.

매년 여름이나 겨울이 되면 ‘이 작품 안 되면 한동안 영화계 또 힘들어진다’는 영화인 상당수의 반복되는 한숨은 ‘해운대’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일부는 ‘하지원이 나오니까 무언가는 있을 것’이라며 밑도, 끝도 없는 신뢰를 보냈다.

다소 불안한 기대작이었던 ‘해운대’는 요즘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를테면 하지원은 자신을 부적처럼 생각한 이들에게 제 역할을 해낸 셈이라 할 수 있겠다. 언젠가 그녀는 자신을 ‘밤을 새야 그나마 성적이 나오는 학생’에 비유했다. 요행도 재주라고 머리를 싸매지 않으면 될 게 없는 현실이었기 때문에 하지원은 여전히 긴장감을 늦출 수 없다고 나름의 고충이란 것을 털어놨다.

‘해운대’의 고비를 넘겨 좀 편해졌는가하면 그렇지 않다. 가을에 또 기다리고 있는 과제. 상대가 김명민이고 감독은 박진표지만, 몇 년 새 극장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한 ‘정통 멜로’라는 장르다. 그러나 하지원은 이번에도 해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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