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성-이용대뒷심에밀렸다…세계개인배드민턴남복준우승

입력 2009-08-1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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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듀스접전끝에1-2눈물“통증참고명승부…후회는없다”
세트스코어 1-1. 듀스접전까지 펼친 마지막 세트. 명승부의 우승 주인공은 못됐지만 발목 통증까지 참아가며 뛰었기에 후회는 없었다.

“저도 솔직히 형이랑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계속 뛰고 싶어요. 하지만 (힘든 운동인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런 말은 잘 안 해요.”

6일, 제17회 세계개인배드민턴선수권이 열리는 인도 하이데라바드로 떠나기 하루 전이었다. 이용대(21·삼성전기)는 3년 넘게 ‘환상의 호흡’을 맞춘 정재성(27·상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 정-이 조(세계랭킹4위)는 16일, 남자복식 결승에서 2008베이징올림픽은메달리스트인 차이윈(29)-푸하이펑(25·이상 중국·세계랭킹5위) 조에 세트스코어 1-2(18-21 21-16 26-28)로 석패하며, 은메달을 차지했다. 한국은 2003년 제13회 대회에서 김동문-라경민 조가 혼합복식 금메달을 딴 이후 6년 만에 세계정상 등극을 다음기회로 미뤘다.

정-이 조는 2007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16회 세계선수권에서 남자복식 은메달을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가장 메달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받던 것 역시 정-이 조였다. 하지만 결과는 충격의 1회전 탈락. 남 몰래 눈물을 흘린 정재성이었지만, 혼합복식 경기를 남겨둔 동생을 생각하면 슬픔을 표현할 수 없었다.

“(이)용대야, 난 괜찮아.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해.” 결국, 이용대는 이효정(28·삼성전기)과 짝을 이뤄 혼합복식 금메달을 땄다. 이용대는 인터뷰 때마다 “(정)재성이 형 덕에 금메달을 땄다. 형에게 미안하다”며 배려를 잊지 않았다.

그리고 2월, 정재성은 파르라니 머리를 잘랐다. “운동 선수였다고 훈련소가 안 힘든 것은 아니더라고요.” 그곳의 늦겨울은 더 추웠지만 고된 육체는 정신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 작은 키(168cm)의 핸디캡을 만회하기 위해 20kg의 바벨을 걸치고 점프 훈련을 하던 그였다. 결국 80cm 이상의 서전트 점프로 명품 점프를 완성하던 그 시절, 그 마음으로 돌아갔다.

“배드민턴이 너무 그리웠어요. ‘여기서 나가기만 해봐라’하는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4월 태릉에 복귀한 정재성은 다시 이용대와 짝을 이뤘다. 대표팀 김중수(49) 감독조차 놀랄 정도로 자세가 달랐다. “군인정신이랄까? 그런 게 진짜 있더라고요.”

몸을 사리지 않는 훈련에 발목 부상을 당할 정도였다. 하지만 열심히 훈련한 것이 억울해서 아프다는 티도 못 내고, 정신력으로 버텼다. 김 감독은 출국 전 인터뷰에서 우승후보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정재성-이용대 조”라고 밝혔다.

정재성은 “사실, 베이징올림픽 직후에는 2010광저우아시안게임까지만 선수생활을 할 생각이었는데 요즘은 더 큰 목표가 생긴다”고 했다. 확답은 피했지만, 2012년에 대한 욕심이 꿈틀대는 것. 김 감독 역시 “(정)재성이랑 (이)용대는 꼭 런던까지 같이 가고 싶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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