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용은,한국인최초‘메이저챔프’쾌거

입력 2009-08-17 19:3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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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일러스트레이트(SI) 캡처

‘바람의 아들’ 양용은(37·테일러메이드)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를 무너뜨리며 세계 골프역사를 새로 썼다.

양용은은 17일(한국시간) 미국 미네소타 주 채스카 헤이즐틴 내셔널 골프장(파72·7674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91회 PGA 챔피언십(총상금 7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2언더파 70타를 기록, 최종합계 8언더파 280타로 리더보드 맨 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최초이자,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 됐다.

2000년 최경주(39·나이키골프)가 한국인 최초의 PGA투어 멤버가 된지 10년 만에 이뤄낸 쾌거다.

타이거 우즈의 우승 공식도 깨졌다. 메이저 대회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를 나선 경기에서 모두 우승컵을 쓸어 담았던 우즈는 양용은에게 첫 패배를 당하며 오점을 남겼다. 우승 기록도 70승에서 멈춰 섰고, 15승째를 바라보던 메이저 우승 기록도 14승에서 제동이 걸렸다. 우즈는 올 시즌 단 한차례 메이저 트로피를 들어올리지 못하고 시즌을 접게 됐다.

양용은은 타이거 우즈와의 맞대결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퍼트 불안으로 리듬이 깨진 우즈를 압도하며 플레이를 이끌어갔다. 마치 골프황제가 뒤바뀐 듯한 모습이었다.

2타차 2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양용은은 천천히 기회를 엿봤다. 티샷은 안전하게 보냈고, 퍼트는 조심스럽게 다뤘다.

13번홀(파3·248야드)에서 위기를 파로 막아내며 공동 선두로 올라선 양용은은 14번홀(파4·352야드)에서 찾아온 역전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티샷을 그린 앞까지 보낸 양용은은, 두 번째 친 칩샷이 홀에 그대로 빨려 들어가면서 그림 같은 이글이 터졌다. 우즈도 버디를 기록했지만 단숨에 1타차로 역전시키며 선두로 올라섰다.

이때부터 우즈는 ‘양용은 우승드라마’의 조연에 지나지 않았다.

회심의 버디 퍼트는 홀을 빗나갔고, 반드시 넣어야 할 파 퍼트는 말을 듣지 않았다. 우즈는 볼을 향해 주문을 외웠지만 전혀 통하지 않았다.

1타차 불안한 리드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쐐기를 박았다. 티샷이 페어웨이 왼쪽 러프에 떨어졌지만, 두 번째 샷으로 핀 2~3m 부근에 붙이면서 결정타를 날렸다.

반드시 버디를 성공시켜야 연장전을 기대할 수 있었던 우즈는 그린 왼쪽 에지에서 친 샷이 빗나가면서 우승컵을 내줬다.

2퍼트만 기록해도 우승이 확정지을 수 있었던 양용은은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면서 확실한 팬서비스로 마무리했다. 골프황제를 무너뜨리고 가장 높은 곳에 올라서는 순간이었다.

우승이 확정된 직후 기다리고 있던 아내를 껴안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 양용은은 소감을 묻는 사회자의 질문에 “한국에서 난리가 났을 것 같다. 성원해준 국민들께 감사드린다”며 벅찬 감정을 다스렸다.

양용은은 지난 2006년 11월, 타이거 우즈, 레티프 구센(남아공),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등이 출전한 유러피언투어 HSBC챔피언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 골프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PGA 투어로 무대를 옮긴 지 3년 만에 새 역사의 주인공이 됐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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