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민의투어밴다이어리]비올땐높은로프트유리?

입력 2009-08-27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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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에 있었던 일이다.

SK텔레콤오픈이 열리는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으로 향했다.

공식 연습일이 시작되는 날은 투어밴이 가장 바쁜 날이다. 선수들이 오기 전에 작업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한다. 부랴부랴 주변을 정리하고 있는데, 부지런한 골퍼들이 벌써 투어밴의 문을 두드렸다.

라운드 중 클럽에 이상이 생기면 선수들은 곧바로 투어밴을 찾는다. 성질 급한 프로들은 하루 이틀 전 미리 예약하기도 한다.

SK텔레콤에는 한국이 낳은 최고의 골프스타 최경주가 출전하는 관계로 이른 아침부터 갤러리들도 많이 찾았다. 선수들의 클럽을 점검하고 필요한 용품 등을 공급하고 잠시 숨을 고르려던 찰라 한 외국인이 클리브랜드 모자를 쓰고 투어밴으로 들어왔다. 순간, 영어가 약한 필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 외국인은 “How Are You?”라면서 인사했다. 나도 모르게 “Fine thank you and you?”라고 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다른 선수들이 영어도 할줄 아냐며 놀려댔다. 그는 미국에서 온 키건 브래들리라는 선수였다. 네이션와이드투어에서 활동 중인 그는 이번 대회에 초청을 받아 출전했다. 브래들리는 로프트가 높은 드라이버를 원했다.

미국에서 준비해온 드라이버는 8.5도여서 그 보다 로프트가 큰 9.5도의 드라이버를 원했다. 날씨 예보를 보니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해 큰 로프트의 드라이버가 필요하다고 했다. 브래들리의 말에 갑자기 투어밴은 토론장으로 변했다. 모여 있던 다른 선수들은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며 비가 내릴 때 어떤 클럽을 쓰는 게 효과적인지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A프로가 말했다. “비가 내리면 런이 줄기 때문에 낮은 탄도로 치는 게 유리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브래들리는 “비가 많이 오면 탄도는 자연적으로 낮아진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처럼 유지하기 위해선 로프트가 큰 드라이버를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 말에 다른 선수들도 모두 공감했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브래들리처럼 드라이버를 바꿔 사용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집에 한두 개씩 쳐 박혀 있는 클럽을 이럴 때 한번씩 사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쌓아둬 봐야 고철덩어리 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클리브랜드골프 주영민 팀장
아마추어 야구선수에서 골프전문가로 전업에 성공한 한국클리브랜드골프의 전문 클럽피터. 선수의 몸에 맞는 최적의 클럽을 만들어 주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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