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근퇴출①]또음주물의…롯데퇴출카드왜?

입력 2009-09-0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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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근.스포츠동아DB

거듭된 음주 폭행으로 무기한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가 지난 6월 해금된 정수근(32)이 1일 롯데에서 전격 퇴출됐다. 1군 복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8월31일 심야, 부산 해운대의 주점에서 터진 음주난동 의혹에 휘말린 탓이다.

사건은 경찰, 주점, 정수근 등 당사자끼리 주장이 엇갈려 ‘진실게임’ 양상인데 롯데 구단 고위층은 진실 규명에 앞서 처벌의 칼부터 빼들었다. 지난 6월 ‘법질서 문란’이란 비판을 무릅쓰고도 정수근의 복귀를 강행했던 롯데인지라 그 배신감과 허탈감의 기류는 한층 강렬했다.

● 롯데가 퇴출 카드를 뽑아든 이유

롯데 실무자들이 “사건 당사자들끼리 서로 얘기가 달라서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머뭇거리던 사이, 롯데 박진웅 사장은 “진위 여부, 그리고 KBO의 징계 여부는 부차적. 롯데 그룹의 이미지를 훼손시켰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사안을 명확하게 진단했다.

박 사장은 “선수도 사생활이 있고, 구단이 일일이 관리 할 순 없다. 그러나 복귀시킬 때 각서를 받는 등 단단히 다짐을 받았다. 그런데 진위여부를 떠나서 (술이 원인인) 똑같은 문제를 일으켰다는 데 구단과 팬에 면목이 없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롯데가 살얼음 4강 경쟁을 벌이는 와중에, 경기 바로 전날 밤, 밤늦게 술 마시러 돌아다니는 그 선수의 정신상태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맥락이다.

박 사장은 “전례가 있는 정수근이어서 더 부각됐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러니까 더 조심했어야 됐다”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아울러 “시기상조란 비판을 무릅쓰고 어떻게 애썼는데…”란 말로 정수근에 대한 허탈감을 내비쳤다. 이어 “프로야구 선수는 공인, 그리고 그 공인은 사회와 야구팬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란 말로 일벌백계 배경을 단호한 어조로 밝혔다.

박 사장이 “롯데 그룹의 이미지”를 명분으로 내건 이상, 정수근의 조기복귀를 그룹에 건의한 실무자들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 정수근은 어떻게 되나? 롯데가 받을 충격은?

웨이버는 시기적으로 7월24일까지, 임의탈퇴는 정수근의 동의란 절차를 거쳐야 하기에 롯데는 어느 쪽도 택하지 않았다. ‘잔여연봉을 다 주되, 롯데 야구단에 얼씬하지 말라’란 퇴출처분을 내렸다. 또 혹시 정수근을 원하는 구단이 있으면 언제든 보내주겠단 방침이기도 하다.

한편 정수근 사태에 가장 큰 귀책사유를 갖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2일 상벌위원회를 열어 자체 징계를 논의할 계획이다. 이 경우, 정수근을 풀어준 상벌위원회가 이번엔 정수근을 징계하는 ‘기막힌’ 모양새가 성립되는 것이다.

이와 별도로 롯데 현장 분위기는 예상보다 차분하다. 어느 롯데 코치는 “큰 의미는 안 둔다. 한번 놀라지 두 번 놀라나? 큰 영향 미치는 것 없고, 정수근이 그렇게 큰 선수도 아니다”라고 잘랐다.

정수근과 친분이 있는 한 선수는 “왜 그러냐? 미치겠다”라고 안타까워했다. 해금 이후 정수근을 관리했던 롯데 2군 코치들도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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