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스포츠동아 DB

조정훈. 스포츠동아 DB


14승다승공동선두조정훈
이효봉 해설위원은 LG 스카우트 출신이다. 그가 LG에서 일할 때, 2005년 신인 1차 지명에선 대어들이 쏟아졌다. SK 정근우, 삼성 오승환, KIA 윤석민 등이 대표적이다. 그때 롯데는 용마고를 졸업한 우완 조정훈을 뽑았다.

미완의 대기였지만 이 위원은 “롯데가 조정훈에게 체인지업이나 포크볼을 장착시키면 대성할 재목”이라고 그 당시부터 간파했다. 실제 조정훈은 프로 입문 후 체인지업을 먼저 익혔고, 포크볼까지 연마했지만 2007년까진 3년간 1승이 전부였다. 그러다 로이스터 감독과 아로요 투수코치가 부임한 2008년부터 잠재력을 꽃피웠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이닝을 넘겼고(138이닝), 5승(3패)을 거뒀다.

그리고 올 시즌 팀 내 최다이닝 투수로 올라섰고, 일약 14승(9패)을 따냈다. 18일 히어로즈전 7.2이닝 7안타(2홈런) 3실점(1자책) 승리로 삼성 윤성환과 다승 공동 1위가 됐다. 탈삼진 7개를 추가, 한화 류현진(177삼진)에 2개차로 추격했다.

겉으론 “타이틀보다 많은 이닝과 팀 승리”라고 누누이 강조하는 그이지만 마음속으론 타이틀 승부욕이 넘친다는 전언. 롤 모델 손민한의 그립을 어깨너머로 배운 뒤 손에 익힌 포크볼은 컨트롤만 제대로 되면 누구에게도 맞지 않을 자신이 있기에 탈삼진왕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여기다 팀 4강과 개인 15승이 운명 공동체란 사실도 알고 있다. ‘15승=다승왕’이 확실하다.

조정훈은 천성부터 에이스다. 성격이 느긋하고, 배짱이 두둑해 패배는 곧 4강 탈락인 빅매치의 연속에서 오히려 더 구위를 발하고 있다. 롯데 4강의 사활이 걸렸던 13일 사직 삼성전에선 완봉승(4-0)을 거뒀다. 이어 18일 히어로즈전 4-3 승리로, 롯데는 5위 삼성과 격차를 1경기로 벌렸다. 맞대결 성적도 우위이기에 실질적으론 1.5경기 차. 잇따른 에이스 피칭을 보여주는 데는 다승-탈삼진 타이틀, 팀 4강 외에 한 가지 더 동기부여가 숨어있다.

바로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뽑혀 금메달을 목에 거는 꿈. 롯데의 시즌 홈 최종전을 승리로 장식한 뒤 조정훈은 “9회 동점 실점을 막아준 정보명 선배가 고맙다. 한 번 더 나가서 15승에 도전하겠다. 자신감이 나를 변하게 했다. 다승-탈삼진 두 개 타이틀 전부 잡고 싶다”고 말했다.

사직|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