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막말하는초4아이가정교육아쉽네요

입력 2009-09-2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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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초등학교에서 특기적성 강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수업시간보다 30분 정도 빨리 도착해서 수업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 아이가 방학 때도 왜 학교를 나와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투덜거리면서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그 아이에게 “오늘은 다들 조금씩 빨리 왔으니까, 얼른 끝내줄게, 빨리하고 집에 가서 쉬어”하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4학년인 그 아이 하는 말이 “선생님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해요? 진짜 학교 선생님도 아니면서… 에이” 이러는 겁니다.

저는 너무 놀라서 “선생님은 특기적성 수업을 위해서, 학교에 나오는 거고 너랑 부모님의 신청으로 수업하는 거야”하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이 녀석은 “내가 언제 신청했어요? 우리 엄마가 신청한거지…”이러더군요. 화가 났지만 참고 아이를 잘 달래서 수업을 진행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은 말끝마다 욕을 섞어가면서 얘기를 계속 하는데, 도를 넘은 행동에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녀석과 말씨름 하느라 다른 아이들 수업시간 까지 뺏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수업하기가 그렇게 싫으면 집에 가고, 다음 시간에 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녀석은 인사도 없이 나갔습니다. 그리고 30여분 뒤, 진동으로 해 둔 휴대전화가 계속해서 울렸습니다. 아무래도 급한 일인 것 같아서 아이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복도로 나가서 전화를 받았습니다.

다름 아닌 중간에 집에 가버린 아이의 엄마였습니다. 이 엄마는 저의 자질을 운운해 가며 교장선생님께 항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당황스럽고 속상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엄마의 그 아들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수업을 끝내고 집에 가려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그래서 돌아가면서 제 휴대전화로 부모님께 마중을 나와 달라는 전화를 했습니다. 대부분 아이들의 말투가 “엄마, 어디야? 지금 비와. 학교로 와”같은 반말이었습니다. 그래도 그 중에 2학년인 한 아이는 “엄마, 어디세요? 지금 비 오는데, 저랑 동생 데리러 오실 수 있으세요?”하고 통화를 하는 겁니다. 이 얼마나 예쁜 말투입니까?

이 남매는 수업시간에도 항상 같이 앉아서 열심히 듣던 아이들이었는데, 말투 역시 예쁜 게 집에서 얼마나 교육을 잘 받았는지 알 수 있겠더군요. 순간 초등학교 3학년인 제 아들이 떠올랐습니다. 저도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다른 사람들이 우리 아이를 어떻게 볼지 걱정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 때문에라도, 아이들 앞에서 어떤 행동을 하더라도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어른은 아이의 거울이니까요.

From. 이선주|광주광역시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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