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친정아버지께서 이번 주말에는 집에 꼭 내려오라며 전화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조금이라도 돈을 더 벌려면 하루라도 장사를 더 해야 하는 형편이기 때문에 주말에는 어렵고, 곧 추석이 다가오니까 그 때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친정아버지는 그 말이 섭섭하셨는지 역정을 내시며 “오라면 올 일이지 말이 많다! 내가 살면 얼마나 산다고! 꼭 오너라!”하시면서 전화를 뚝 끊어버리셨습니다.
갑작스런 아버지의 반응에 저와 남편은 당황스럽기도 하고 ‘그래, 찾아뵙는 게 효도지 뭐 별거 있겠나’싶어서 다시 전화를 드리고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래서 그 주 주말에 저는 남편과 친정에 갔는데요. 가는 길에 여동생에게서 어디쯤 왔냐며 전화가 오더라고요. 알고 보니 친정아버지께서 저희 4남매가 모인 모습을 보고 싶다며 대대적으로 4남매의 가족을 다 부르신 겁니다.
친정에 도착해보니 어른과 아이들을 모두 합해 18명이 모였고, 모처럼 왁자지껄한 모습에 친정부모님은 마음이 흡족해보이셨습니다.
당신들은 지글지글 익고 있는 고기 한 점도 드시지 않고 계속 “뭐 더 줄까. 더 필요한 건 없어?”하시면서 계속 미소를 짓고 계시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이렇게 즐거워하시는 부모님의 모습을 본 지가 언제쯤이었는지 기억이 까마득했습니다. 죄송함과 고마운 감정이 겹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제 모습을 본 친정어머니는 “괜찮다. 그냥 전화 한 번씩만 해주면 우린 그거면 된다.”하시면서 손수 고기쌈을 싸다가 제 입에 넣어주셨습니다. 그렇게 저녁식사를 끝내고 친정아버지의 부름에 저희 4남매 내외는 안방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께서 장판 밑에서 두꺼운 봉투 4개를 꺼내시더니 “내가 많이는 못 주고, 그래도 손주들 대학 학비에 조금이라도 보태라고 주는 거니까 받아라”하시면서 하나씩 나눠주시는 겁니다.
갑자기 나눠주시는 목돈에 놀라서 어디서 났냐고 여쭤봤는데요. 알고 보니 저희가 보내드린 용돈을 안 쓰고 모았다가 주시는 거였습니다.
아버지께선 자식들 짐 덜어주고 싶어서, 한 푼이라도 더 챙겨주시고 싶어서 부르신 거였는데 그 깊은 뜻도 모르고 바빠서 못가겠다고 빡빡하게 굴었으니 아버지께서는 오죽 속상하셨겠어요. 아무튼 이번 일을 계기로 저희 4남매는 적어도 1년에 두 번씩은 친정에서 모임을 갖기로 했습니다. 친정 부모님의 깊은 속내를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앞으로는 전화도 자주 드리고 틈틈이 찾아봬야겠습니다.
From. 주금옥|인천시 남동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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