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훈. 스포츠동아DB

 조정훈. 스포츠동아DB


“모두가 인정하는 프로야구 최고의 선발투수가 되는 게 꿈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롯데 조정훈(사진)이 데뷔 5년만에 프로야구 정상급 선발투수로 우뚝 섰다. 21일 현재 14승으로 다승 공동선두에 올라 있고 탈삼진부문에서도 175개로 한화 류현진에 2개 모자란 2위다.

특히 최근 5경기에서 4승을 올리며 2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리는 롯데에 큰 힘을 실어주고 있다. 조정훈을 높이 평가하는 것은 그가 리그를 대표하는 ‘이닝이터’이기 때문이다.

올해 조정훈은 선발출장한 27경기 가운데 23경기에서 6이닝 이상을 던졌다. 7이닝 이상 소화한 경기도 절반이 넘는 14차례나 된다. KIA의 외국인투수 로페즈(평균 7이닝)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평균 6.75이닝을 던졌다.

데뷔후 처음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180이닝을 넘게 던졌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최근 5년동안 국내투수 가운데 180이닝을 넘게 던진 투수는 류현진과 봉중근,장원삼,손민한, 문동환 5명밖에 없다.

조정훈의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4.6개로 리그 1위다. 7이닝을 투구수 103개로 마무리할 수 있다는 게 조정훈의 장점.

한마디로 구위와 컨트롤이 다 좋다는 이야기다. “항상 빨리 승부하려고 합니다. 삼진 욕심은 없는데 올해는 기대 이상으로 삼진을 많이 잡았어요.”

조정훈은 컨트롤의 달인으로 불리는 팀선배 손민한과 은퇴한 메이저리그의 대투수 그렉 매덕스를 좋아한다. 공을 쉽게 던지면서 타자와의 승부에서 항상 주도권을 쥐고 있는 두 투수처럼 조정훈은 올시즌 타자를 압도했다.

2005년 롯데는 2차 전체 1순위로 조정훈을 지명했다. 고교 2학년때까지 포수를 하다가 3학년때 투수를 시작한 조정훈은 “1번지명은 꿈도 못꿨다. 솔직히 순번 상관없이 지명만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한다.

당시 롯데 스카우트팀은 조정훈의 장점을 큰 키와 유연한 투구폼, 뛰어난 팔의 각도, 안정된 제구력, 그리고 성실성으로 꼽았다. 단점으로는 직구와 커브밖에 던질줄 몰라 구종이 단조롭다는 것. 덧붙여 체인지업을 습득한다면 전체 구위가 상승되면서 팀을 대표하는 완투형 선발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록했다. 결국 롯데 스카우트팀의 판단은 적중한 셈이다.

지난 6월18일 삼성 양준혁은 “우리나라에 스플리터를 저렇게 잘 던지는 투수가 있었습니까?”라며 혀를 내둘렀다. 조정훈에게 삼진을 무려 3개나 당한 것. ‘양신’에게 한경기 삼진 3개는 흔치않은 사건이었다.

조정훈이 스플리터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데뷔후 3년째가 되는 2007년부터다. “결정구가 없으니까 너무 힘들었습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던질 공이 필요했죠.”동영상을 보면서 손민한의 스플리터를 흉내내기 시작했고 비교적 빠른 시간에 명품을 완성해 냈다.

188cm의 큰 키와 타고난 손감각을 갖고 있는 그에게 스플리터는 가장 잘 어울리는 파트너였던 것 같다. “평균 7이닝을 던지는 선발투수가 되고 싶습니다. 올해 목표가 12승이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좋은 결과가 나와 만족합니다.”

조정훈은 올시즌 팬들에게 많은 것을 보여줬다. 경기운영에 다소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풀타임 첫해에 그처럼 뛰어난 성적을 올린 투수는 많지 않다. ‘최고의 선발투수’를 꿈꾸는 조정훈의 도전이 주목된다. 그는 충분히 기대와 관심을 받을 만한 멋진 투수다.

야구해설가
꿈이 있는 사람은 걱정이 없다. 실패와 낙심으로 힘들어도 꿈이 있어 이겨낼 수 있다. 선수들의
꿈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