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다이어리]로이스터의가을…“안하던짓하지마”

입력 2009-09-3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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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사장단관람소식에도여유만만“즐겨라…정규시즌이상기대안한다”
롯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1차전을 앞두고 호텔을 나서기 직전, 전 선수단을 소집해 일장연설을 했다. 자리에 있었던 롯데 관계자는 “마치 오바마 같았다”고 촌평했다. 로이스터의 당부는 두 가지, “지금 이 상황을 즐겨라.” 그리고 “평소 안 하던 짓 하지마라.”

필드에 나와서도 여유만만인 로이스터를 보다 못해(?) 이상구 단장이 “오늘 신동빈 부회장을 비롯해 롯데 사장단이 대거 관람 한다”고 귀띔했지만 여전했다. 아예 로이스터는 “긴장하지 않는 것이 감독의 일”이라고 했다.

일부러 들뜬 척 하는 게 아니라 평소처럼 ‘쿨’하게. 로이스터는 “(지금 이 순간을 누려) 자랑스럽다. 야구는 목숨 걸고 하는 게 아니다. 재미있는 스포츠”라고 규정했다. 롯데의 약점으로 꼽히는 경험 부족에 대해서도 “이승화 손아섭 장성우 등은 첫 기회이고, 베테랑급은 최고선수가 될 기회다. 스타가 되고 싶어 하라”고 역발상의 관점으로 바라봤다.

두산에 관해서도 “다른 야구가 아니다. 똑같은 두산이다. 지난주 (롯데가 연승했던) 그 팀이다. 자기 할 거 배운 거 해본 거 그대로면 된다”고 볼 뿐이다. 그래서 선발 예고도 비밀이 아니고, 4인 선발도 미리 공표했다. “정규시즌 이상은 기대 안 한다”란 한마디 속에 로이스터 평정심의 에센스가 담겨있다.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권은 실패에서 배운다. 이겨도 실수를 복기, 보완하려 애쓴다. 그러나 로이스터는 “나 같으면 나쁜 기억을 고민하기보다 잊겠다”는 쪽이다. ‘과거와 지금이 다른데 반복을 걱정하는 건 자학사관’이란 사고법이다. 어떤 사람들은 “로이스터가 선진야구를 전파하러 한국에 왔다”고 비판한다. 마치 선교하러 온 것처럼. 그러나 정작 한국야구의 실력과 정신력은 오히려 로이스터가 감화될 수준이었다. 따라서 그의 ‘도전과 실험’은 결국 마인드 개조로 귀결되는 셈이다.

잠실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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