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랜드슬램’김동주“1사만루라는기회가기뻤다”

입력 2009-10-02 17:16:51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두산 김동주. [스포츠동아 DB]

롯데가 잘못된 판단을 후회하는 데는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2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09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이 3-0으로 앞선 2회 1사 2․3루. 타석에 김현수가 들어서자 롯데 배터리는 고의 4구를 택했다. 바로 뒤에 4번타자 김동주가 기다리고 있는 데도 그랬다. 1차전과 2차전에서 연속 고의4구로 걸렀던 김동주. 그래도 두 경기 연속 홈런을 터뜨렸던 김현수가 더 무서웠을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 선택이 화를 불렀다.

땅. 김동주는 타석에 들어서자마자 롯데 선발 송승준의 초구 몸쪽 직구(143km)를 부드럽게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송승준이 그대로 주저앉을 만큼 경쾌한 파열음이었다. 쭉쭉 뻗어 125m를 날아간 타구는 사직구장 왼쪽 펜스를 넘어 관중석 한가운데 떨어졌다. 포스트시즌 통산 아홉 번째이자 준PO 통산 다섯 번째 그랜드슬램. 주자 세 명이 차례로 홈을 밟았고, 김동주 역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뒤를 이었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7-0. 승부는 사실상 그렇게 끝났다.

김동주는 “시즌 중에도 몇 차례 그런(김현수 대신 자신과 승부하는) 일이 있었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한다는 느낌은 받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현수가 그냥 아웃돼 2사 2․3루가 됐다면 또다시 나를 걸렀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 내게 1사 만루라는 기회가 온 게 오히려 기뻤다”고 했다. 이 정도면 ‘두목곰’이라 불릴 자격이 충분한 배짱과 자신감이다. 김동주는 또 “롯데 선발 송승준이 시즌 때 내게 바깥쪽 공을 던지다 안타를 많이 맞았다. 그래서 이번엔 무조건 몸쪽으로 던질 거라고 생각하고 초구부터 노리고 있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김동주에게는 생애 두 번째 포스트시즌 만루홈런이다. 2001년 10월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4차전 이후 8년 만. 지금까지 포스트시즌에서 두 개 이상 만루포를 터뜨린 선수는 오직 김동주 뿐이다.

사직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