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차신인투수’홍상삼의승리를향한8전9기

입력 2009-10-02 17: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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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홍상삼. [스포츠동아 DB]

9월 2일 잠실 한화전은 두산 홍상삼(19)에게 뼈아픈 날이었다.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지만 1이닝 3실점하며 강판, 다음날 불펜으로 보직이 이동됐다. 5월 2일 사직 롯데전에서 깜짝 등판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파죽지세 9승을 올릴 때까지만 해도, 그가 이토록 지독한 슬럼프에 빠질 줄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는 9월 19일·23일 잠실 롯데전과 목동 히어로즈전에서 다시 선발로 나서며 10승을 올릴 기회를 얻었지만 결국 실패. 그렇게 시즌을 마무리했다. 당시 홍상삼은 “내가 너무 자만했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해 첫 시즌을 치른 사실상 신인으로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게 어쩌면 당연한 일인데도 “몸 관리를 안 한 내 탓”이라고 자책했다.

하지만 홍상삼은 포기하지 않았다. 중간계투로 두 번째 홀드를 올린 9월 8일에도 “앞으로 홀드를 올리는 데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어느 보직이든 상관없이 마운드 위에서 열심히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걸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이 열린 2일 사직구장. 홍상삼이 다시 선발로 나섰다. 프로 데뷔전이자 첫 승을 올렸던 바로 그 곳이었다. 경기 전 만난 그는 언제나처럼 담담했다. 얼굴에는 다소 긴장감이 흘렀지만 눈을 반짝이며 승리를 향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리고는 그는 시즌을 통틀어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자신의 진가를 한껏 과시했다.

홍상삼은 마운드에 올라서자마자 최고구속 148km의 묵직한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3·6회를 제외하고는 4이닝 동안 삼자범퇴. 7회까지 투구수도 불과 65개였다. 비록 7회 1사에서 조성환의 강습타구에 오른쪽 손목을 강타당하며 고창성과 교체됐지만 완투까지도 노려볼 수 있는 페이스였다. 3회 롯데 박기혁에게 좌월 솔로홈런을 맞은 것만이 옥에 티였다.

홍상삼의 등판일에는 유달리 힘을 내는 두산 타자들도 이날 롯데 투수들을 상대로 무려 12점을 뽑아내며 그의 승리를 도왔다.

홍상삼은 “중요한 경기이다 보니 초반에는 긴장을 했는데 첫 타자를 잡고 나서 생각대로 던질 수 있었다”며 “마운드 위에서 다른 생각 안 하고 포수 미트만 바라보고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자평했다. 부상으로 생애 첫 완투승에 도전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아깝지만 팀이 이기는 데 일조했다는 기쁘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사직|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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