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집‘헥새거늘’대박리쌍“우리가1위라니…이거믿어도돼?”

입력 2009-10-12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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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보다는 남녀간의 솔직한 사랑을 꾸밈없는 가사로 노래해온 리쌍. 소속사를 옮기고 처음 발표한 6집이 발표와 동시에 온·오프라인을 휩쓸고 있다. 사진제공|정글 엔터테인먼트

리쌍은 국내 힙합 뮤지션 중에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팀이다. 팀을 결성한 2002년부터 이들은 주로 깊은 사랑을 노래해왔다. 사회에 대한 날선 비판을 하던 다른 힙합가수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행보다. 초기에는 “너희가 힙합이냐”는 질타도 받았지만 리쌍은 어느새 대중을 자신의 편으로 만든 힙합 음악인으로 도약했다. 그리고 그 대중성과 음악성은 이번 음반에 수록한 16곡 안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음악을 해보겠다고 97년도에 만난 두 친구가 팀에서 쫓겨나고 엄청난 빚을 지기도 했어요. 음악을 만들다 6집까지 왔는데 눈을 떠보니 1위를 하는 거예요. 이건 영화죠(웃음). 다만 영화로 만들기엔 결과가 너무 뻔한 형편없는 시나리오에요.”(길·32)

2005년 발표한 ‘내가 웃는 게 아니야’를 기점으로 대중과 한층 가까워진 리쌍은 4집 ‘발레리노’의 연속 히트로 ‘다음 음반이 기다려지는 가수’로 인정받기 시작했다.

6집에서도 변함없이 길은 주로 작곡과 보컬을 맡았고 개리는 가슴 깊은 곳을 울리는 가사와 랩을 소화했다. 여전히 주제는 사랑 혹은 사랑의 과정이다.

○“장기하는 70년대 냉동됐다가 깨어난 사람 같아”

타이틀곡 ‘헤어지지 못하는 여자, 떠나가지 못하는 남자’는 개리의 경험담에서 나온 노래다. 사랑은 식었지만 이별이 두려워 망설이는 연인에 관한 이야기다. 또 다른 수록곡 ‘운명’과 ‘내 몸은 너를 지웠다’는 처음 들으면 자극적인 가사로 깜짝 놀라기 십상이다. 하지만 개리는 “나이가 들다보면 감정에 더 솔직해진다”며 “자극적인 게 아니라 거창하게 꾸미지 않은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이적, 루시드폴, 장기하와 얼굴들, YB, 김바다까지 장르가 전혀 달라 힙합 음반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음악인들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것도 특징. 이적은 ‘캐러셀’(carousel)을 통해 전에 듣지 못했던 남성미 가득한 목소리를 뽐냈고 장기하는 길과 함께 작곡한 ‘우리 지금 만나’로 건조한 보컬이 뿜어내는 개성을 드러냈다.

개리는 “음악은 장르의 구분보다 하나의 원으로 통한다고 믿는다”며 “모든 장르가 소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길은 특히 장기하에 대해 “마치 70년대에 냉동됐다가 2009년에 다시 깨어난 사람같다”며 “처음 만난 자리에서 곧바로 마음이 통한 나머지 소주를 너무 많이 마셔 다음 날 병원신세까지 졌다”는 후일담을 털어놓았다.

요즘 리쌍은 서로 다른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 길은 MBC ‘무한도전’과 ‘놀러와’ 등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약하며 뜨거운 관심을 모은다. 반대로 개리는 오직 음악 작업에만 몰두한다. 그래서 음악 작업에 난항을 겪지 않느냐는 우려도 받지만 리쌍의 주관은 확고했다.

“새로운 도전을 반대할 이유는 없어요. 방송에서의 모습이 가짜라면 반대하겠지만 실생활 그대로에요.”(개리)

둘은 음반 발표를 목적으로 몰아서 음악 작업을 하지 않는다. 틈만 나면 곡을 쓰고 그 곡을 다듬는 일을 계속한다. 꾸준하게 그리고 느낌이 오면 곧바로 곡을 만드는 습관을 두고 리쌍은 “처음엔 C급이던 노래가 트리플 A급으로 거듭날 수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두 곡의 피처링을 담당한 길의 연인 박정아. 스포츠동아DB


○ ‘길의 연인’ 박정아, 피처링은 물론 코러스까지

이번 음반에 참여한 가수 중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은 ‘앤조 비’. 음반의 시작을 알리는 CD의 1번곡과 마지막을 맺는 16번곡의 피처링에 참여한 그 여가수는 다름 아닌 길의 여자친구이자 그룹 쥬얼리의 리더인 박정아다.

“녹음할 때 (박)정아가 매일 녹음실에 와서 지냈어요. 두 곡의 피처링에 참여했지만 그 보다 더 많은 노래에 코러스로 참여했죠. 정아가 지닌 목소리의 강점을 새삼 발견할 수 있었고 그것을 뽑아내고 싶었어요.”(길)

음악을 만드는 일도,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일 역시 자유로운 리쌍은 새로운 음반을 내놓고도 계획을 치밀하게 세우기보다 또 다른 음악을 만드는 일에 신경을 쏟고 있다. 이들이 합작한 다음 음반은 내년 1월께 출시될 가수 정인의 솔로 앨범이다.

“떠오를 때마다 음악을 만드는 일이 부족한 능력을 채워나가는 힘”이라고 믿는 리쌍은 “팬이나 대중이 원하는 걸 미리 생각하기보다 해야 할 음악을 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길을 찾겠다”고 희망을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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