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브레이크]홍명보호작은 기적, 2012희망쏘다

입력 2009-10-12 07: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비록 ‘아프리카 복병’ 가나에 2-3으로 졌지만 ‘리틀 태극전사’들의 도전은 당당했다. 20세 이하 한국청소년대표팀은 이집트에서 진행 중인 2009국제축구연맹(FIFA) U-20월드컵에서 1983년 이후 26년 만에 4강 신화 재현을 노렸지만 결국 꿈을 이루지 못한 채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다. 홍명보호의 짧고도 긴 여정을 정리했다.

○흙 속의 진주를 캐다

홍명보호의 시작은 외로웠다. 홍명보, 서정원, 김태영, 신의손 등 코칭스태프의 네임밸류가 선수 구성보다 좋았고, 딱히 꼽을 만한 스타플레이어가 없다는 이유로 예전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지 못했다. 홍 감독은 이런 열악한 상황을 조직력으로 극복했다. 홍 감독은 “스타가 없다고 걱정하는 대신, 스타를 만들겠다”며 선수단에 일체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코치진도 “스타가 없는 것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축구는 팀워크가 가장 중시되는 종목”이라고 강조해 왔다. 결과는 대성공. 모두가 갈채받기에 충분했다. 172cm의 단신 김민우(연세대)는 3골을 넣어 ‘한국판 메시’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주장 구자철(제주)과 주전 공격수 박희성(고려대)은 1골·2도움을 기록해 주목 받았다. 나머지 멤버들도 모두가 8강의 ‘숨은 주역’이었다. ‘K리그 매직’의 포항 파리아스 감독은 “우린 빅 스타는 없어도 작은 별들이 모여 아름다운 은하수를 이뤘다”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홍명보호 역시 그랬다.

홍명보호의 도전은 2012런던올림픽으로 이어진다. 청소년팀을 올림픽팀 상비군 체제로 운영하기로 한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으로 청소년팀의 상당수가 올림픽팀에 합류할 전망이다. 2004년 아테네 대회에서 8강에 진출한 게 한국축구의 올림픽 무대 최고 성적. 홍 감독은 “코치진은 나와 함께 간다. 선수들도 끊임없는 경쟁으로 전력을 극대화 하겠다”고 청사진을 전했다. 홍명보호는 12월 일본과의 평가전을 통해 올림픽을 향한 첫 테이프를 끊는다.

○스타 출신 사령탑은 안 된다?

‘스타출신은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축구계의 오랜 통설이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은 달랐다. 선수시절과 각급 대표팀 코치를 역임하는 동안, 강한 카리스마로 후배들을 조련했다면 청소년대표팀을 이끈 이번에는 ‘맏형 리더십’으로 바뀌었다.

어린 선수들은 “처음 (홍)감독님을 봤을 때 무섭다는 생각에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면서 “하지만 막상 필드에서 훈련하고 지도하는 동안, 우리들과 장난도 많이 치고 농담도 하면서 먼저 다가오셨다”고 털어놓았다.

과감한 선택과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겸손한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조별예선 1차전 카메룬에 0-2로 패한 뒤 2차전 독일전에선 선발 엔트리를 절반 이상 교체하는 등의 대담함을 보였다. 뿐 아니라 가나와 8강전을 마친 후에는 “선수들은 잘했지만 상대 전술을 제대로 읽지 못해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과오를 인정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