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브레이크]김성근의변형타순이승부갈랐다

입력 2009-10-20 07: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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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 DB

박재상출루하자박정권타타타!좌타자위주의타순재구성성공
KIA-SK의 한국시리즈(KS)는 현미경시리즈 혹은 디테일시리즈로 규정할 수 있다. 닮은꼴 팀컬러답게 두 팀은 1∼2차전 미세한 지점에서 살얼음 승부를 갈랐다. SK 김성근 감독은 더 파고들어가 승부처의 볼카운트까지 복기하고 있다. 이에 따라서 스퀴즈나 도루 타이밍이 피차 결정되고 있다는 관점이다.

SK 전력 분석팀의 수비 시프트 지시 등, 일견 승패에 결정적 변수가 아닐 요인을 놓고 서로 민감하게 여기는 대목도 세밀함의 대결이기에 그렇다.

유독 심리전의 각이 날카로운 것도 이 맥락에서 바라볼 수 있다. 19일 3차전을 맞아서도 타순과 포수 리드 등, 양 팀 벤치는 두뇌게임을 거듭했다.

○타순, 변형 vs 변형

SK 김성근 감독은 새 타순 조합을 짜느라 밤새 고민을 했다. 특히 4번 타자를 놓고 장고를 거듭했다. 그 결과물이 정근우∼박정권의 1,3번 전진 배치, 김재현의 4번 기용이었다. 타순의 블랙홀로 꼽힌 6번엔 정상호가 들어갔다. 또 김강민을 빼고 좌타자 조동화(9번 중견수)를 선발 출장시켰다. 2차전까지 포인트를 줬던 우-좌-우-좌 식 타순 배치를 버리고, 좌타자와 우타자를 몰아 놨다. 결과는 적중, 박재상을 주자로 두고 박정권은 선제 적시타와 3회 2점홈런을 뿜었다. 정상호도 첫 두 타석 내리 안타를 쳐냈다.

KIA 조범현 감독의 응수도 다분히 SK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작동했다. KIA는 1∼2차전 6번에 포진시켜 성공한 이종범을 3번으로 돌렸고 6번엔 이재주를 파격 기용했다. 이재주는 SK선발 글로버와 상대 전적이 전무했다. SK의 데이터 분석력을 역이용한 전법이다. 소위 ‘시험범위 바깥의 문제’를 SK에 던진 셈. 그러나 조 감독의 회심의 변칙 카드는 결과적으로 재미를 못 봤다. 특히 4회 2사 만루의 포수 파울플라이가 아쉬웠다.

○김광현 & 정상호

김 감독은 3차전에 앞서 “모창민이 아니라 김광현을 KS 엔트리에 넣을 걸 그랬어”라고 좀처럼 하지 않는 ‘후회’를 했다. 김광현이 던져주면 좋고, 설령 못 던져도 KIA 벤치가 김광현의 활용폭을 놓고 끝까지 헷갈려 했을 것이란 얘기. KS가 극한까지 세밀함과 심리전을 추구하는 양상으로 흘러간다는 반증이다.

또 김 감독은 이례적으로 2차전 경기 도중과 3차전에 앞서 포수 정상호를 불러 리드와 템포에 관해 꾸중과 지도를 가했다. 포수부터 정비해야 디테일시리즈의 전세를 엎을 것이란 포석이다.

문학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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