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파주’ 파격변신 이선균 “진흙 묻은 연기, 딱 내 체질이에요”

입력 2009-10-21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안개의 도시’ 파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파주’에서 처제와의 위험한 사랑을 나누는 이선균은 “처음엔 힘들었지만, 운 좋게 좋은 작품을 만나 인생의 안개 속을 잘 헤쳐 나온 것 같다”고 했다.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배우 이선균.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결혼생활 알콩달콩 살지만…연기는 진중한게 더 편해
“예전처럼 진흙 묻힌 느낌이 살아난 것 같아요.”

최근 막을 내린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 뉴 커런츠 섹션에서 상영된 영화 ‘파주’(감독 박찬옥·제작 TPS컴퍼니, 29일 개봉)를 본 한 관객이 말했다. 주연배우 이선균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동안 ‘샤방하고 로맨틱한 남자’로 인식되어왔지만 실상 이선균은 그 순수해 보이는 외모와 낮은 목소리가 주는 신뢰감, 무엇보다 가슴 한 곳을 찌르는 아픔을 간직한 채 쉬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 더 어울릴 법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영화 ‘파주’는 “안개 많은 도시, 파주”(박찬옥 감독)를 배경으로 한 영화. 안개 속을 헤집어 가듯 이선균은 쉽게 보이지 않는 상황 속에서 그런 아픔과 운명적 삶에 운다.

이제는 남의 여자가 된 첫사랑(김보경)과 얽힌 운명, 사랑을 키우기도 전에 사고로 아내(심이영)를 잃는 아픔, 거기에 켜켜이 쌓여온 처제(서우)에 대한 사랑에 아파하는 남자. 그것이 운명적인 삶의 한 자락임을 깨달은 뒤 찾아오는 아픔은 대체 얼마나 깊고 큰 것일까.

이선균은 드라마 ‘하얀 거탑’을 거쳐 ‘커피프린스 1호점’과 최근 종영한 ‘트리플’로 ‘샤방샤방한 로맨틱 가이’로서 면모를 드러내며 강렬한 인상을 남겨왔다. 하지만 ‘파주’ 속 이선균은 관객의 말대로 “상처받은 남자의 모습”이라는 그가 본래 지녔던 이미지에서 더욱 깊이 파고든 캐릭터로 다가온다. 그는 이를 고스란히 감독의 힘이라며 공을 돌렸다.

“연출의 힘이다. 박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감독을 비롯해 좋은 배우, 스태프와 일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연기 생활을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다른 작품보다 2∼3배 고민을 많이 하게 했다.”

- ‘진흙을 묻혔다’는 표현이 마음에 드나.

“로맨틱한 남자의 이미지를 많이 드러내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말랑말랑하고 샤방하다(웃음). 하지만 배우로서 비교적 진중한 연기가 더 편하긴 하다.”

- 로맨틱 가이의 이미지가 연기 생활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환경적으로 그렇다. 특히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난 부유하고, 전망좋은 집에 사는, 작곡가라는 멋진 직업을 지녔다. 난 그냥 연기만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이후 그런 역할만 집중적으로 제안받았다.”

- 파주엔 안개가 많다고 했다. 당신에게도 안개 같은 삶이 있었나.

“지금도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닌가. 데뷔 초기 ‘힘든 일들을 어떻게 헤쳐나갈까, 아! 이래서 그만두는구나’ 생각했다. 우연찮게 좋은 작품을 만나 잘 헤쳐나온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은, 안개는 아니다.”

- 형부와 처제의 사랑은 파격적으로 비칠 수도 있겠다.

“9년 동안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 사이 사랑의 감정이 안개처럼 스멀스멀 피어오르며 쌓인 것 같다. 그러나 주인공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건 사치라고 생각한 듯하다. 그건 또 처제에게 아픔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난 실제로는 사랑에 미욱한 놈이 아니다.”

- 지금의 사랑(이선균은 5월 배우 전혜진과 6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했다)이 행복한가.

“11월 말께 첫 아이가 태어난다. (아빠가 된다는 게)낯설고 부담도 되지만 좋은 아빠가 되고 싶다. 기대도 크다. 그 기대가 곧 계기가 된다. 내가 아닌 우리라는 울타리를 내가 선봉에서 행복을 일궈가야 하니까. 신혼 때 ‘트리플’을 촬영하면서 나나 아내나 모두 예민해져 자주 다투기도 했다. 임신 초기인데 내가 잘 챙겨주지 못했으니. 지금, 난 아내가 예뻐보인다. 배가 나온 모습이 너무 귀엽다.”(웃음)

- ‘사랑에 미욱하지 않은’ 당신은 실제로 로맨틱한가.

“연애할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그 친구(부인 전혜진)는 나와 가장 친한 친구다. 그녀도 내가 딱 짝꿍일 거다.”

- 결혼 이전과 이후에 달라진 점이 있다면.

“배우 생활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연기는 내 행복한 삶을 위해 하는 것이다. 떠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크고 작은 삶의 부담이 계기가 된다니까. 뭔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 뱃속 아기와 어떤 대화를 하나.

“우리 모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셋이 얘기를 나누는 게 너무 편하고 좋다.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아이와 함께 듣기도 하고 동화도 읽어준다.”(웃음) 윤여수 기자 |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