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의…몸싸움…감독 퇴장…‘티격태격 시리즈’

입력 2009-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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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3차전 SK와이번스 대 기아타이거즈 경기가 19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렸다. 4회말 2사 SK 정근우가 투수 앞 땅볼을 치고 기아 서재응과 신경전을 벌이자 채병용이 말리고 있다. 문학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되돌아본 KS 논란&신경전
SK 분석팀의 변칙 신경전 촉발

3차전선 급기야 벤치 클리어링

슬라이딩·판정 등 번번이 대립

포스트시즌 역사상 최초의 감독 퇴장 사태가 빚어진 2009년 한국시리즈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무대였다. 파국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았지만 시리즈 내내 팽팽했던 KIA-SK의 신경전과 논란을 되짚어본다. 요약하자면 SK가 2개의 전선을 펼쳐놓고 싸운 꼴이다.


○1차전:전선의 형성
8회말 1사 1·3루서 KIA 이종범의 위장 스퀴즈번트 때 스트라이크-볼 판정을 놓고 첫 어필 상황이 발생했다. SK는 이종범의 번트 동작은 명백한 스윙이라고 항의했지만 무위에 그쳤다. SK가 심판진과 껄끄러워진 계기다. 그보다 더 휘발성 큰 논란의 불씨는 1차전 4회말 KIA 김동재 코치의 어필에서 비롯됐다. SK 전력분석팀의 경기 중 ‘수비 시프트’ 지시 행위에 대한 KIA의 선제적 공개 경고로 양 팀간 감정대립이 본격화됐다.


○3차전:제1전선 긴장 고조
제1전선은 역시 양 팀간 대결장. 3차전 4회말 2사 후 SK 정근우의 땅볼을 KIA 투수 서재응이 처리하는 과정에서 티격태격하며 벤치 클리어링 사태로까지 확전됐다.


○5차전:폭발한 제2전선
5차전에서는 ‘개구리 번트’와 ‘신의 발’로 명명된 2가지 논쟁적 사건이 잇달았다. 3회말 1사 1·3루서 KIA 이용규가 타석을 벗어나면서 성공시킨 스퀴즈번트는 부정행위 아니냐는 논란이고, 6회말 1사 1·2루서 이종범의 2루 땅볼 때 1루주자 김상현이 2루로 슬라이딩하며 오른발로 SK 유격수 나주환을 건드린 것은 수비방해 아니냐는 지적이다. 선수단 철수 지시로 퇴장까지 불사하며 격하게 대응한 SK 김성근 감독을 향해 의도적인 ‘심판 흔들기’ 아니냐는 추측과 비난이 가해졌다.


○7차전:눈에는 눈, 이에는 이?
5-5 동점이던 8회초 무사 1루서 SK 최정의 보내기번트 때 1루주자 정상호가 2루로 슬라이딩하며 KIA 유격수 이현곤을 덮쳤다. 5차전 6회 김상현-나주환의 충돌을 연상시키는 묘한 장면. 수비방해라는 KIA 조범현 감독의 항의가 이어졌지만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에필로그:그 날 이후
6월 25일 광주 SK전에서 KIA는 연장 12회 접전 끝에 6-5로 승리했다. 김성근 감독은 5-5 동점에서 12회초 투수 김광현을 깜짝 대타로 기용했고, 12회말 내야수 최정을 투수로 등판시켰다. 또 12회말 무사 2·3루서는 2∼3루간에 2루수, 유격수, 3루수를 몽땅 털어 넣어 1∼2루간이 텅 비는 극단적 수비 포메이션, 이른바 ‘6·25 시프트’를 감행했다. 엉뚱하게도 끝내기 포일로 KIA가 이겼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무승부=패배’나 다름없는 올 시즌의 희한한 승률계산방식에 대한 김 감독의 도를 넘어선 항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양 팀간(특히 KIA)에도 앙금이 남았다. 결국 KIA가 1위(81승48패4무), SK가 2위(80승47패6무)로 정규시즌을 마쳤지만 이 경기가 정상적으로 진행돼 무승부가 됐더라면 이번 포스트시즌은 구도 자체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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