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필드선 이런 일이…] 욕설·멱살…“매너는 두고 오셨나요?”

입력 2009-12-08 15: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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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대회 중 갤러리와 방송관계자가 멱살을 잡고 싸움을 벌이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지난 8월 16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 골프장에서 열린 하이원컵 SBS채리티오픈 3라운드 도중 갤러리와 방송중계원이 싸움을 벌이면서 대회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사진제공|일본 골프다이제스트 타치가와 마사키 기자

② 갤러리-방송중계원 난투극
골프대회 도중에는 별별 일이 다 생긴다.

성적이 나쁜 선수는 분을 참지 못하다 클럽을 내팽개치기도 하고, 선수를 향해 쓴 소리를 해내는 꼴불견 부모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도 이만하면 양반이다. 성질 급한 부모 중에는 경기위원의 판정에 불만을 품고 필드로 돌진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만 볼 수 있는 희한한 광경이다.

지난 8월 16일 강원도 정선 하이원 골프장에서 열린 하이원컵 SBS채리티오픈에서도 볼썽사나운 일이 터졌다. 한참 경기가 진행되는 도중 3번홀 티잉 그라운드 앞에서 갤러리 A와 중계를 맡은 방송중계원 B 씨 사이에 멱살을 잡고 욕설을 해대며 난투극을 벌이는 황당한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정일미와 배경은, 홍란은 마지막 챔피언조에서 경기를 펼쳤다. 스타들의 명승부에 많은 갤러리들이 따라다니면서 이동 통로는 꽉 막혀 있었다.

선수들의 티샷이 끝나자마자 방송 촬영용 카트는 선수들을 앞질러 더 좋은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갤러리들의 틈바구니를 지나치려 했다.

문제는 여기에서 터졌다.

비좁은 길을 빠져나가려다 카트로 한 갤러리를 살짝 건드렸다. “죄송합니다”라는 한 마디 사과면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심기가 불편해진 갤러리와 방송시간이 촉박한 중계원 사이에 시비가 붙었다.

A : “XXX아 사람을 치었으면 죄송하다고 먼저 해야지 어디서 눈을 부라려!”

B : “비켜달라고 말했잖아요.”

A : “어린 놈이 어디서 말대꾸야 죄송하다고 사과하지 못해!”

B : “나도 먹을 만큼 먹었어 어디서 반발이야!”

A : “이 XX안 되겠네, 너 내려 XXX아”

결국, 어느 쪽에서도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사태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선수들이 플레이하는 필드에서 방송 중계원과 갤러리간의 난투극이 시작됐다. 해외 토픽감이다. 멱살을 잡고 고함을 질러대며 몇 분간 계속된 난투극은 다른 중계원과 동반 갤러리들까지 가세해 거의 패싸움 수준으로 번졌다.

주변 사람들의 만류로 싸움은 곧 잠잠해졌지만 양 쪽의 앙금은 쉽게 풀리지 않았다. 여성용 구두를 손에 쥔 갤러리는 “XXX 한 번 더 눈에 거슬리면…”이라며 울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다행히 두 사람간의 충돌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았다.

이 소동으로 국내 골프대회의 진행 수준은 땅에 떨어졌다. 더군다나 이 대회부터 KLPGA는 성숙한 갤러리 문화 캠페인을 위해 내장객들에게 갤러리 관전문화 등이 적힌 부채 등을 나눠주며 대대적인 홍보를 시작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때마침 필드에서 난투극 소동이 벌어져 KLPGA 노력은 허사가 됐다. 뒤 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KLPGA 관계자는 상황을 몰랐기 때문에 특별한 조치를 내리기 힘들다는 말로 넘겨버렸지만 외국 같았으면 당장 퇴장시키고도 남았을 엄청난 일이다.

이 상황을 목격한 일본 골프다이제스트의 타치카와 기자는 “경기를 보러온 갤러리라면 선수들의 플레이에 방해가 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진행요원도 마찬가지다. 일본에서 이 같은 소동이 벌어졌다면 당장 경기진행요원으로부터 제지를 받고 퇴장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말 창피한 골프 관전 문화였고 방송 관계자의 몰상식한 행동이었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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