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필드선 이런 일이…] 집나간 골프공…“아직도 얼떨떨”

입력 2009-12-07 17: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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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에서 열린 힐스테이트서경오픈에서 준비한 골프공을 모두 잃어버려 실격 위기에 처한 김하늘. 다행히 갤러리의 도움으로 경기를 마쳤다.

지난 5월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에서 열린 힐스테이트서경오픈에서 준비한 골프공을 모두 잃어버려 실격 위기에 처한 김하늘. 다행히 갤러리의 도움으로 경기를 마쳤다.

①김하늘 골프공 실종사건
해를 마무리하면서 다사다난했다는 표현을 종종 쓴다. 2009년 필드에서는 다양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서희경이 여자골프의 지존으로 등극했고, 해외에서는 양용은이 타이거 우즈를 꺾고 아시아인 최초로 PGA 투어 메이저 대회를 제패하는 역사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신지애는 LPGA 투어 데뷔 첫 해 신인상과 상금왕을 휩쓸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다양한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웃지 못 할 진풍경도 많았다. 올 시즌 국내의 투어 현장에서 일어났던 숨은 뒷얘기를 되짚어봤다. <편집자주>

김하늘(21·코오롱엘로드)의 황당 사건은 시즌이 끝난 지금도 가장 회자되는 화젯거리다. 지난 5월 29일 경기도 용인 레이크사이드골프장 동코스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 투어 힐스테이트서경오픈 1라운드에서 일어난 일이다.

김하늘은 경기 중 준비했던 골프공을 모두 잃어버려 더 이상 경기를 계속하기 힘든 황당한 상황을 맞았다. 불운의 서막은 4번홀부터 시작됐다.

OB를 내면서 처음 공을 잃어버린 김하늘은 12번홀과 15번홀에서는 티 샷을 물에 빠뜨려 2개를 더 잃어버렸다. 마지막 1개 남은 공으로 플레이하던 중 16번홀에서 티 샷을 물에 빠뜨리면서 사고가 터졌다.

준비해온 골프공 4개를 모두 잃어버린 것.

다른 선수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같은 공을 쓰는 선수가 없었다.

김하늘은 타이틀리스트 프로 V1X를 사용했고, 동반 플레이한 유소연은 타이틀리스트의 프로 V1, 서희경은 투어스테이지 제품을 썼다.

당황한 김하늘은 앞 팀 선수들에게도 도움을 요청했지만 앞 팀에서도 같은 볼을 사용하는 선수는 없었다. 골프룰에서는 사용구에 대해 ‘한 가지 볼을 사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플레이어가 경기하는 동안 볼은 현행 적격 골프볼 목록에 한 가지 종류로 등재된 것과 동일한 상표와 모델의 볼이어야 한다고 되어 있다.

스트로크 경기에서 위반할 경우 각 홀에 2벌타를 부과한다. 1라운드 최고 4벌타까지 부과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2홀 이상 플레이했을 경우엔 실격된다. 실격 위기로 안절부절 못하던 김하늘은 갤러리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갤러리 중 한 명이 주니어 골프선수인 딸과 함께 연습할 때 썼던 골프볼을 한 주머니 가지고 있었는데 그 중 딱 한 개가 김하늘이 사용하는 제품과 동일했다. 갤러리의 도움으로 겨우 경기를 마친 김하늘은 대회 뒤 갤러리의 딸이 연습하는 곳으로 찾아가 답례로 골프볼 2더즌을 선물했다.

약간의 변화도 생겼다. 다음 대회부터는 골프공을 9개씩 들고 나온다. 다행히 그 후로는 경기 중 공이 없어 불안해 한 일이 발생하지 않았다.

아마추어 골퍼들 사이에선 이런 일이 흔하다. 라운드 중 준비해온 골프공을 모두 잃어버려 동반자에게 공을 빌려 쓴 경험이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이런 일로 시비를 거는 골퍼는 드물지만 만약 엄격하게 룰을 적용해 벌타를 부과하는 까탈스런 동반자가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구력 30년의 베테랑 아마추어 골퍼 A씨는 이렇게 말했다. “벌타를 받고 다시는 그 사람과 골프를 치지 않겠다.”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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