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최희섭 산으로 왜?

입력 2009-1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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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산으로 갑니다.’ 구단 제시액에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최희섭이 포항특훈에 불참할 뜻을 분명히 했다. 무너진 자존심을 살리고 싶어하는 최희섭은 16일부터 2박3일 동안 지리산에 올라 마음을 정리할 계획이다. 스포츠동아DB

연봉에 분노…돌연 2박3일간 지리산행
포항특훈 불참…당분간 구단 안만날 것


그토록 고대하던 ‘포항 특별훈련’에도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 현 상황에서 후배들과 땀을 흘린다면 ‘구단 입장을 받아들인다’는 오해를 살까 하는 생각에서다.

구단과 가진 1차 연봉협상에서 불쾌한 감정을 드러낸 KIA 4번타자 최희섭(30)이 15일 황병일 수석코치 김상현 나지완 안치홍 등과 함께 하기로 한 포항 특훈에 참가하지 않았다. 더불어 “구단과 당분간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향후 거취에 대해 “앞으로 산을 타면서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김조호 KIA 단장은 “연봉 협상이란 건 어느 정도 밀고 당기고 하는 게 아니냐. 시간이 지나고 감정이 사그라지면 다시 얘기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희섭은 14일 광주에서 구단과 가진 연봉협상에서 3억5000만원을 제시받고 적잖이 실망했다. 돈보다도 1년 전 연봉협상에서 받았던 굴욕적인 감정이 겹쳐지면서 ‘제대로 된 대우’를 해주지 않는 구단에 섭섭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지난해 3억5000만원에서 올 시즌 대폭 삭감된 2억원의 연봉을 받았던 그는 자존심 회복 차원에서 ‘원상복귀(3억5000만원)+알파’를 내심 바랐지만, 자신의 기대와 달리 구단 제시액이 적자 “당분간 구단과 만날 일이 없다”는 강경 자세를 취하기에 이르렀다.

“이렇다할 큰 문제를 일으킨 것도 아니었지만 성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지난해 3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연봉이 대폭 깎여 계약했다. 그 때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고 털어놓은 그는 “다이어트도 하고 산도 타면서 올해 정말 열심히 했다. 그렇게 열심히 하면서 결국 나도 살아났고, 팀도 12년 만에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다.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없이 3억5000만원을 제시하는데 너무 섭섭했다”는 게 그의 말이다. 최희섭은 “내가 5억원을 원한다고 말했지만 5억원을 꼭 받겠다는 뜻이 아니다. 돈은 중요하지 않다. 구단에서 나를 얼마나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평소 아버지처럼 따르는 황병일 수석코치와 함께 할 예정이었던 포항 특훈에 대해선 “마음을 접었다”며 참가할 뜻이 없음을 명확히 했다. “코치님을 따라 후배들과 함께 포항에서 훈련을 하려고 했던 건 내년에 팀을 위해 좀 더 잘 해보려는 생각에서 결심한 것이었다. 그게 팀워크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황 코치님께도, 후배들에게도 정말 죄송하고 미안하지만 구단에서 나를 그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는데 굳이 포항까지 가서 훈련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말도 덧붙였다.

황 코치 일행이 광주에서 포항으로 이동한 시각, 두 시간 가량 광주 집 근처의 산에 오른 최희섭은 “내일(16일)부터 2박3일 동안 지리산에 오르기로 했다. 지리산 등반이 끝나면 이번 기회에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었던 한라산에도 오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산을 타며 곰곰이 고민해보겠다”고 답해 향후 진로에 대해 적잖은 고민에 빠져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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