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봉의 스타탐구] 롯데 조정훈, ‘폭포수 스플리터’는 이동훈 작품?

입력 2009-12-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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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유진한 기자 haja1787@donga.com

최다승 투수가 되기까지 걸어온 길
롯데 조정훈은 프로야구 역사상 최강의 스플리터를 던지는 투수다. 올해 그는 명품 스플리터를 앞세워 프로야구 최다승 투수로 우뚝섰다. 롯데 출신으로는 최동원, 윤학길, 주형광, 손민한에 이어 다섯 번째로 다승왕이 됐다. 내년 시즌 조정훈은 팀 선배들 그 누구도 해내지 못한 두가지 목표에 도전한다. 2년 연속 다승왕과 팀의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이다.

○명품 스플리터 탄생과 고마운 동훈이 형!

조정훈에게 스플리터는 이제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가 됐다. 폭포수처럼 떨어지는 그의 스플리터는 타자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다. 특히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흔한 말로 알고도 못치는 공이 됐다. 2007년 봄. 그때까지 2군에 머물러 있던 조정훈이 던질줄 아는 공은 직구와 커브 뿐이었다. 데뷔 3년째가 되는 그에게 포수 이동훈이 다가왔다. “정훈아! 너는 키도 크고 스윙도 좋으니까 스플리터를 한번 던져 봐.”그 한마디가 조정훈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때까지 조정훈의 별명은 ‘투 쓰리’였다. 항상 볼카운트가 2-3까지 간다고 해서 선배들이 지어준 별명이었다. “직구,커브로는 한계가 있었죠. 자신감도 없고 자꾸만 도망가는 피칭을 했어요.”그때부터 하루에 100개 이상씩 스플리터를 던졌다. 2군경기에서는 스플리터를 절반 이상 던지며 감각을 찾았고 매일 이동훈과 그날의 스플리터에 대한 평가 시간을 가졌다. 일년 내내 이동훈과 함께 노력을 기울인 스플리터는 빠르게 조정훈의 공이 됐다. 그리고 스플리터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조정훈은 1군 다승왕까지 올랐다. 2005년 조정훈과 함께 롯데에 입단한 이동훈을 조정훈은 은인이라고 표현했다. “동훈이 형이 올해 상무에 입대했어요. 형! 군생활 잘 하세요. 항상 고마움 잊지 않고 있어요.”

○올해 나는 ‘악마에게 많이 졌다.’

올시즌 조정훈의 목표는 12승. 그는 자신의 목표를 훌쩍 뛰어넘는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런 조정훈이지만 인터뷰 자리에서 “올해 악마에게 많이 졌다”라는 다소 뜻밖의 표현을 썼다. 지난해 5승을 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조정훈은 올해 스프링캠프에서 그 어느해보다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특히 웨이트 트레이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약점인 상체 보강에 힘썼다. 조정훈이 악마에게 졌다는 것은 시즌에 들어가면서의 이야기다. 시즌을 치르면서 해야할 웨이트트레이닝과 체력훈련을 많이 빼먹었다고 조정훈은 솔직히 털어놓았다.“힘들기도 하고 성적이 나오니까 좀 게을러졌다고 할까요. 제가 악마에게 많이 졌죠.” 프로에서 선발투수가 풀타임으로 뛰는 게 어떤 건지 프로의 체력관리가 얼마나 어려운지 올해 조정훈은 뼈저리게 느꼈다고 한다.

○더욱 더 공격적으로 던진다!

조정훈은 마운드에서 가장 공격적인 투수다. 그의 이닝당 평균 투구수는 14.6개로 전체 1위다. 7이닝을 103개로 던질 수 있다. KIA의 로페즈와 구톰슨이 평균 15.4개로 공동 2위지만 올해 14개로 한 이닝을 던진 투수는 조정훈밖에 없다. 공격적이면서 컨트롤과 구위가 모두 뛰어나다는 증거다. 조정훈은 타석당 투구수도 3.4개로 1위다. 특히 투스트라이크 노볼에서 유인구 없이 바로 33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자신감을 보였다. “어떤 타자도 두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얻은 게 올해 최고 수확이죠. 내년에는 더욱 더 공격적인 피칭을 할 겁니다.” 올해 182.1이닝을 던지며 이닝이터로 우뚝 선 조정훈의 내년 시즌 모습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부상이 끊이지 않았던 학창시절

처음 야구를 시작한 초등학교때 타구에 맞아 앞니 두개가 부러지는 큰 부상을 당했다. 마산중학교 때는 배팅볼을 던지다 머리에 타구를 맞고 쓰러져 응급실에서 며칠을 보낸 적도 있다. “뒷머리를 맞아 정신을 잃었는데 의사가 죽을 뻔 했다고 하더라고요.”용마고 2학년 때는 발목이 부러지고 3학년 때는 손목이 골절되는 부상을 연거푸 당했다. “야구도 썩 잘하지 못했고 부상도 많아서 내가 야구선수로 자격이 있는건지 후회도 많이 했어요.” 다행히 프로에 와서는 아직 큰 부상이 없다. 조정훈은 “어릴 때 많이 다쳐서 일찌감치 액땜을 한 것 같다”며 프로에서는 부상없는 선수가 되겠다고 싱긋 웃는다.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3년연속 포스트시즌 진출

조정훈의 내년 시즌 가장 큰 목표 가운데 하나는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이다. 조정훈은 “올해보다 더 잘해야 태극마크를 달지 않겠습니까?”라며 꼭 아시안게임에 참가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조정훈이 기준으로 삼은 내년 목표는 15승과 방어율 3.50 이하, 그리고 팀을 3년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는 것이다. “내년에는 꼭 한국시리즈에서 던져보고 싶습니다. 2년연속 다승왕도 도전해 보겠습니다.” 지금까지 롯데를 대표했던 최동원, 윤학길, 염종석, 손민한, 주형광 그 누구도 팀을 3년 연속 가을잔치로 이끌지 못했다. 또 2년 연속 다승왕도 롯데는 배출하지 못했다. 조정훈의 야심찬 도전이 성공한다면 그는 롯데 역사에 길이 남을 새로운 에이스로 기억될 것이다.

○웃음은 나의 포커페이스

조정훈은 활짝 웃는 모습이 멋있는 투수다. 어떤 상황에서나 투수는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좋지만 조정훈은 좋을 때나 화가 날 때 자주 웃는다. 일부 팬들은 조정훈의 웃는 모습을 보고 승부근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하지만 그렇지는 않다. 조정훈은 사소한 내기까지도 지는 것을 싫어한다. 웃음은 조정훈만의 자기관리 방법이다. “좋을 때는 웃으면서 저 자신을 칭찬합니다. 잘못했을 때는 욱하는 성격 때문에 감정 컨트롤을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웃음은 위기를 넘기는 저만의 방법이죠.”

○꿈은 트리플 크라운

조정훈에게 가장 큰 꿈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꼭 한번 트리플 크라운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다승과 탈삼진, 방어율에서 모두 1위에 오르는 트리플 크라운은 선동열 삼성감독과 한화 류현진, 단 두명만이 해낸 대기록이다. “모든 것은 자신과의 싸움이죠. 해마다 발전해가는 저의 모습을 저도 기대합니다.”조정훈은 올해 역사상 최고로 평가받는 스플리터를 팬들에게 선보였다. 내년에는 스플리터와 함께 업그레이드 된 슬라이더로 타자들을 공략할 계획이다. 조정훈은 올해보다 나은 내년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의 매력은 스플리터와 환한 웃음만이 아니다. 그는 계속 발전하고 있는 투수이고 앞으로 보여줄 것이 많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다.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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