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집중분석] ‘아이섀도 짙게 바르고’ 화장男이 대세

입력 2009-12-24 15:0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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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빅뱅’의 탑, MBC ‘선덕여왕’의 김남길, SBS ‘미남이시네요’의 장근석,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이병헌.



'빅뱅' 탑, G-드래곤, 장근석 등 대 놓고 눈 화장을 하는 남자 스타들이 늘고 있다. 아니, CF 모델이든 영화배우든 가수든 짙은 눈 화장을 하지 않은 연예인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스모키 메이크업으로 눈에 힘을 주면 섹시한 야성미가 물씬 풍긴다는 것이 그 이유다. HOT의 멤버 문희준이 솔로로 데뷔할 당시 입술이 빨갛다는 이유로 오만가지 눈총 속에서 비 호감으로 전락한 과거를 생각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지는 유행이다.


▶ 스모키 화장한 나는 '나쁜 남자'야
그룹 '빅뱅'의 탑(본명 최승현)은 연기 데뷔작인 KBS 드라마 '아이리스'에서 짙고 매서운 눈매로 잔혹한 킬러 '빅'을 표현해냈다. 자기의 목적을 위해 여자를 이용한뒤 무참히 죽이는 '나쁜 남자' 역할이었지만 스모키 메이크업에 힘입은 그의 깊은 눈매는 여성 팬들을 사로잡았다. 최근 배우 엄정화와 함께한 패션지 촬영에서는 짙은 스모키 눈빛으로 '옴므 파탈'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줬다.

늘어뜨린 긴 머리로 남다른 사극 비주얼을 과시해 '폭풍 간지'로 불린 MBC '선덕여왕'의 비담 김남길도 기다랗고 날카로운 눈매를 강조하는 어두운 메이크업으로 현대극에 출연했을 때보다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사랑하는 덕만(이요원)의 이름을 불러주기 위해 혈혈단신으로 군 병력을 뚫고 70보, 30보, 10보 전진하다가 피 칠갑을 한 채로 죽어가는 모습은 요즘 뜬다는 뱀파이어 로맨스 물의 주인공을 연상케 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아이돌 그룹을 소재로 한 SBS 드라마 '미남이시네요'의 '까칠남' 장근석의 메트로섹슈얼한 매력도 짙은 아이라인 덕을 톡톡히 봤다.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에서 미워할 수 없는 악당 창이 역을 맡았던 이병헌 역시 짙은 아이라인으로 무자비하고 음산한 매력을 발산했다.

KBS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 ‘국민 남동생’ 유승호, MBC ‘히어로’의 이준기




▶ '소년' '귀공자' 딱지 떼고 남자로 태어나다


KBS '꽃보다 남자'의 이민호는 최근 '2NE1' 멤버 산다라 박과 함께 출연한 맥주 광고에서 짙은 아이라인과 아이섀도 그리고 '야생남'의 상징인 꽁지머리로 섹시미를 드러냈다.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철부지 귀공자와는 180도 다른 모습이었다.

아역 탤런트 출신인 국민 남동생 유승호는 최근 한 잡지 화보 촬영에서 눈매를 강렬하게 표현해 '리틀 소지섭'으로 불리며 '남자'로 거듭났다.

여성적인 이미지의 배우 이준기도 최근 한 화보에서 눈꼬리를 한껏 치켜 올린 메이크업으로 중성적인 이미지를 연출했다.


빅뱅의 G드래곤, 그룹 비스트. 스포츠동아 자료사진




▶ 아이돌 그룹도 '짐승돌'로 거듭나

화장하는 남자 신드롬은 패션 리더를 자부하는 아이돌 그룹에서도 성황이다.
'빅뱅'의 리더 G-드래곤(본명 권지용)은 올해 '하트 브레이커'를 들고 솔로로 데뷔하면서 쌍꺼풀이 없는 눈매를 검게 그려 남성적 면모를 강조했다. 핏기 없는 얼굴, 은색에 가까운 금발 등 중성적이면서도 강렬한 G-드래곤의 모습은 천사를 소재로 한 고딕(Gothic)풍 일본 만화 '천사금렵구'의 주인공을 연상케 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강렬한 눈매로 여자에게 버림받은 모습을 연기하기도 했다.

짐승돌 '2PM'의 짙어진 눈 화장은 스모키 수준을 넘어 뱀파이어를 연상시키며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비스트' '유키스' 등 새롭게 등장한 보이 그룹들도 강렬한 화장을 통해 야성미를 과시하고 있다.

일본 비주얼계 록 그룹 ‘라르크 앙 시엘’의 보컬 하이도, 각트, ‘페니실린’의 보컬 하쿠에이.



"한국 남성 화장, 일본과 거의 차이 없어"

몇 년 전만 해도 아이라인을 그린 남자를 '소비'하려면 각트나 그룹 '라르크 앙 시엘'(L’Arc~en~Ciel)의 보컬 하이도, '페니실린'의 하쿠에이 등 일본 비주얼계(ビジュアル系) 록 가수 목록을 뒤져야 했다.

일본 비주얼계란 창백한 피부와 화장, 화려한 퍼포먼스와 같은 눈요깃거리를 강조한 록 밴드를 말한다. 흔히 '뱀파이어 스타일'을 지칭하는 서양의 고스 풍(goth look)을 일본식으로 예쁘게, 만화적으로 변형한 것이다. 비주얼계가 일본 남성들의 외모에 미친 영향은 지대하다. 일본 거리를 걷다 보면 피부 톤을 정돈하고 눈썹을 가지런하게 다듬은 남성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일본 비주얼계는 2000년도 중반 이후 주요 밴드가 해산하거나 활동을 중지하면서 쇠퇴했다. 비주얼계가 음악성 보다는 외모로 승부한다는 비판이 일면서 비주얼계로 분류되는 것을 꺼리는 음악인들도 늘어났다.

그러는 동안 한국에서는 오히려 짙은 화장을 한 남자 스타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했다. 일반 남성들을 대상으로 한 스킨 파우더나 아이라이너 브랜드도 속속 등장했다.

랑콤의 최희선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젊은 남성들의 경우 피부 화장은 기본이고 아이섀도를 칠하거나 아이라이너 문신을 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며 "일시적인 유행이라기보다 화장을 통해 개성을 표현하려는 젊은이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의 경우 일본의 최신 유행이 한국까지 건너오는데 5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본다"면서 "그러나 최근 들어 남성의 경우 이 시차가 더욱 좁혀졌다. 현재 일본 남성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이 거의 동시에 한국에서도 유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현정 동아닷컴 기자 phoeb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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