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3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V리그 현대캐필탈과 우리캐피탈의 경기에서 현대캐피탈 선수들이 공격에 성공한뒤 기뻐하고 있다. 천안ㅣ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5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NH농협 2009~2010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경기 전까지 현대캐피탈은 파죽의 6연승을 내달렸다. 13승4패로, 선두 삼성화재(15승2패)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시즌 초반 판도를 주도해온 LIG손해보험(11승5패)의 부진과 맞물린 탓에 현대캐피탈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새해 첫 날 치른 삼성화재와 시즌 3라운드 3-1 승리가 컸다. 상승세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선수단의 뚜렷한 목표 의식 때문이다.
각 부문에서 개인 랭킹 상위권을 마크 중인 박철우를 비롯한 대부분의 선수들은 “우리에게는 우승이란 공동의 목표가 있어 어떤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초반만 해도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1라운드에서는 삼성화재, LIG손보에게 무릎을 꿇었고 2라운드 때도 삼성화재와 대한항공에 졌다.
패배의 쓴 맛을 잘 알기에 최근의 호성적은 더 달콤하게 느껴진다. 현대캐피탈 김호철 감독도 이제야 “우리가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김 감독과 코치진은 한 달에 한 번 가량 부여한 1박 2일짜리 외박도 전례를 깨고 연속으로 줄 계획이다.
이에 따라 삼성화재전이 끝난 뒤 콧바람(?)을 쐬었던 선수들은 오는 주말에도 숙소 밖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됐다.
구단의 의지도 각별하다. 모든 게 선수단 중심이다.
특히 ‘2년차 용병’ 앤더슨(23·미국)에 대한 배려가 놀랍다. 계약서에는 따로 명시돼 있진 않지만 가족들을 언제든 부를 수 있게끔 3차례 이상 항공권을 사용토록 배려하고 있고, 한국 음식에 여전히 익숙지 않은 탓에 항상 식단도 따로 마련한다. 덕택에 구단 통역원이 서양 음식을 앤더슨과 함께 먹느라 고생하긴 해도 용병부터 챙긴다는 구단의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
선수단의 분위기도 좋다. 까마득한 막내가 선배들에게 뼈 있는 충고를 언제든 할 수 있는 팀이 바로 현대캐피탈이다.최근 회식에선 함께 자리한 손장익 구단주 대행이 선수들에게 서로 돌아가며 한 마디씩 덕담을 하자고 하자 막내 한상길이 “선배들이 다른 팀은 몰라도 삼성화재만 만나면 왠지 주눅 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고. 깜짝 놀란 선배들은 후배에 부끄럽지 않기 위해 더욱 분발할 수 밖에 없었고, 이는 신년 첫 경기에서의 복수로 이어졌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감독님이 삼성화재전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선수단과 미팅을 2시간 가까이 했다. 그 정도로 모든 포커스를 집중했던 경기였는데, 승리하면서 자신감을 완전히 회복했다. 대한항공전 결과를 떠나 향후 전망을 밝힐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천안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