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번…’ 철부지 딸 오난정 역 박수진 “학창때 춤바람 부모님 속 많이 썩였죠”

입력 2010-01-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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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기를 즐기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에서 철부지 딸로 변신한 박수진이 조금씩 연기의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춤 배우다 들통 … 야단 많이 맞았죠 댄스대회서 ‘슈가’ 발탁…이젠 응원
‘못된 딸 오난정’ 시청자 원망 한몸에 ‘꼭 너 같은 딸 낳아 키워보라’고요?
철이 없는 것…점점 착해질거예요
“춤바람 나서 부모님 속 좀 썩였죠.”

자신의 간 이식만이 유일하게 살길인 아버지를 앞에 두고 배에 흉터가 남아서 싫다고 이식수술을 거부하고, 부잣집에 시집 보내달라고 떼쓰고, 직업 없는 백수이면서 거액의 카드 값을 갚아달라고 보채고…. 여기에 요즘은 아예 한 술 더 떠 남자친구와 불장난으로 혼전 임신까지 해 부모의 속을 새까맣게 태워놓은 철없는 딸이 있다.

요즘 안방극장에서 인기 높은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의 오난정. 그녀의 밉상 짓을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이 ‘무개념’ 딸에게 말한다. “꼭 너 같은 딸 하나 낳아서 키워보라”고. 너무 얄미워서 머리 한대 콕 쥐어박고 싶을 정도로 박수진은 요즘 ‘밉상 중에 최고’라고 시청자들의 눈 흘김을 받고 있다. 비록 원망은 한 몸에 받고 있지만 드라마 ‘천만번 사랑해’는 시청률 20%%를 넘었다. 요즘 그녀의 입 꼬리는 귀에 걸렸다.

“못된 짓을 많이 한 딸이에요. 그래서 처음엔 욕도 많이 먹었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난정이가 악의가 있어서가 아니라 워낙 철이 없어서 그런 거라 점차 귀엽게 봐주시더라고요. 나쁘다고 욕해도 그만큼 몰입해서 봐주시는 거니까 감사하죠.”

드라마에서 워낙 애물단지 딸을 실감나게 연기해 주위에서도 “어렸을 때 부모 속을 많이 썩였지?”라는 질문도 많이 받는다고 한다. 그럼 실제는?

“모범생은 아니었어요. 그래도 학창시절에는 집과 학교 밖에 몰랐어요. 그런데 우연한 기회에 춤에 관심이 생기고 난 후부터 학원도 가지 않고 춤을 배우러 다녔죠. 그걸 부모님에게 들켜서 야단도 많이 맞았는데 고치질 못했어요. 몰래몰래 춤을 추러 다니다가 아예 한 댄스 경연대회에도 나가게 됐어요. 그때 생각하면 정말 죄송한데, 그게 저의 인생을 바꿔놓는 기회가 된 거죠.”

 박수진.


박수진은 이 댄스경연대회에서 음악 관계자의 눈에 띄어 2002년 여성그룹 슈가로 데뷔했다. 그녀는 “지금도 부모님에게 말해요. 결국 내가 우겨서 춤을 배운 것이 잘되지 않았냐고. 그 얘기가 나오면 지금은 다들 ‘그래 잘했다’ 웃으시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녀는 가수로 먼저 출발했지만 연기자의 길은 전혀 다른 세상을 열어줬다. “그룹이 해체되고 연기에 대해 기초도 없는 상태에서 입문했어요. 불안정한 연기로 악평과 호된 질타도 많이 받았죠. 그러면서 전작인 ‘선덕여왕’을 통해서는 오기를 배웠어요.”

‘내일이면 연기를 못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죽을힘을 다해서’했다는 그녀의 말대로 시간이 흐를수록 조금씩 좋은 평가도 나오기 시작했다.

박수진이 연기에 대해 품고 있던 다부진 오기를 제일 먼저 알아챈 사람은 극 중 엄마로 출연하는 선배 연기자 이미영이다. 그래서 조금 가르치면 더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카메라 불이 켜지기 직전까지 목이 터져라 연기 연습을 시킨다고 한다.

“제가 울거나 격한 감정 장면이 나오면 선생님이 먼저 연기를 해줘요. 제대로 따라할 때까지 고래고래 핏줄 세워가면서 시범을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정작 본인이 연기할 때는 목이 쉬어서 힘들어하시는데도 저를 늘 그렇게 챙겨주세요.”

그녀는 그동안 드라마에 보통 1,2회, 많아야 4회 정도 출연하는 것을 통해 연기력을 제대로 평가 받을 기회가 없었다며 이번을 제대로 평가받을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50부작에 처음부터 끝까지 출연한 드라마는 처음이에요. 그만큼 책임감이 생겼어요. 연기를 즐길 줄 아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다행히 지금은 조금씩 그런 즐거움을 알아가고 있고요.”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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