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홈런 두배 껑충…X존은 LG 효자

입력 2010-01-19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 박종훈 감독은 스프링캠프에서 선수들이 구장 상황을 염두에 두고 충분히 훈련할 수 있도록 ‘출국 전 결단’을 택했다. 중장거리타자가 많은 팀 특성상 X존 유지가 득이 되리라 판단했다.스포츠동아DB

박종훈 LG 새감독도 ‘X존 유지’ 왜?
지난해 김재박 감독이 고안한 LG의 ‘X캔버스존(일명 X존)’이 신임 사령탑 박종훈 감독 체제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LG 박종훈 감독은 18일 코칭스태프 미팅을 통해 X존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이득이라고 판단하고 올 시즌에도 그대로 운영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 이로써 잠실구장은 올해도 LG와 두산의 홈경기에 따라 펜스 거리가 달라지게 됐다.

○지난해 X존 영향과 득실은?

잠실구장은 홈플레이트에서 중앙펜스까지 거리가 125m로 국내 야구장 중 가장 길다. 좌우도 100m다. LG는 지난해 김재박 감독의 주장으로 중앙과 좌·우중간 펜스를 4m씩 앞당기는 X존을 설치해 운영했다. 펜스높이도 기존 2.7m에서 2m로 낮췄다. 그러나 LG는 지난해 X존으로 29개의 홈런을 때리면서 33개의 홈런을 내줘 다소 손해를 봤다.

LG 팀 홈런수를 보면 2008년(66개)보다 지난해(129개) 거의 2배나 늘었다. 펜스거리가 짧으면 타자들은 자신감을 얻는다. 선수 구성 등 구장환경 외적인 요인도 있지만 타자들의 심리적인 효과까지 더해져 홈런수가 급등했다.

○이택근 이병규 영입효과 극대화

LG는 올해 히어로즈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이택근을 영입했고, 주니치에서 돌아온 이병규와도 계약했다. 기존선수 중에도 박용택 이진영 정성훈 등 중장거리 타자가 많다. X존을 폐지하면 펜스 상단을 때리는 타구가 많이 나오는 유형의 타자들이다. 결국 X존 유지는 중장거리 타자의 홈런수 증가를 노리며 이택근 이병규 영입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방어도 자신있다?

펜스 축소는 투수에게는 위축을 불러온다. 투구패턴과 승부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LG 투수들이 허용한 피홈런수 역시 2008년(82개)보다 지난해(165개)에 2배 급증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떨까. 박 감독은 “지난해에는 박명환 옥스프링 등 주력투수들이 대거 부상으로 이탈했다. 마운드 붕괴에서 오는 마이너스 요인이 많았다. 펜스를 앞당겨도 잠실구장은 여전히 다른 구장보다 커 투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많지 않을 것이다”면서 “코칭스태프 미팅을 통해 다각도로 분석한 결과 중장거리 타자가 많은 팀 특성상 올해는 X존 유지로 이득을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X존 유지 조기결정 이유

사실 X존 존폐 여부는 스프링캠프와 연습경기를 통해 팀의 투타 전력을 전체적으로 파악한 뒤 결정해도 늦지 않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빨리 결정했을까. 박 감독은 “선수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캠프를 떠나는 게 중요하다”면서 “X존에 따라 타자와 투수의 마음가짐과 훈련방법이 달라진다. 타자는 홈런을 노리는 타법과 정교함에 중점을 두는 타법이 다르다. 투수 역시 높은 공으로 승부해도 되는지, 땅볼유도에 중점을 둘 것인지 생각하고 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