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호가 1루로 간다고?

입력 2010-02-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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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호의 포지션 문제를 1면에 다룬 일본 신문들. 니시닛폰(왼쪽)은 ‘이범호, 3루 황신호’라는 제목을 달았고, 닛칸 스포츠는 아키야마 고지 감독의 말을 빌려 ‘이범호, 1루도 지켜라’라고 보도했다.

 이범호의 포지션 문제를 1면에 다룬 일본 신문들. 니시닛폰(왼쪽)은 ‘이범호, 3루 황신호’라는 제목을 달았고, 닛칸 스포츠는 아키야마 고지 감독의 말을 빌려 ‘이범호, 1루도 지켜라’라고 보도했다.

일본 언론 “수비불안…1루행 가능성” 일제히 보도
1루? 3루? 스프링캠프가 시작된지 이틀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소프트뱅크 이범호(29)의 수비 포지션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언론은 3일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인 이범호가 1루로 갈 가능성이 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니시닛폰은 1면에 ‘이범호, 3루 황신호’라는 제목으로 포지션 문제를 비중있게 다뤘고, 닛칸스포츠도 아키야마 고지 감독의 말을 인용해 ‘이범호, 1루도 지켜라’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신문들은 “캠프 둘쨋날 아키야마 감독이 이범호에게 ‘1루수의 움직임도 잘 파악하고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며 “이범호는 3루를 고집하고 있지만 수비 면에서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못해 포지션이 이동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소프트뱅크의 캠프가 차려진 일본 미야자키 아이비구장에서 3일 만난 아키야마 감독 역시 “아직 (전훈을 시작한지) 며칠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확정된 부분은 아니지만 이범호에게 그렇게 말한 것은 맞다”고 확인해줬다.

그러나 일본 취재진이 보도한 것과는 다소 뉘앙스가 달랐다. 아키야마 감독은 “처음부터 이범호에게 기대한 것은 수비가 아니라 타격”이라고 선을 긋고는 “우리 팀의 방침상 부상자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2가지 이상 수비 포지션 훈련을 시킨다. 이범호에게 1루 수비를 주문한 것은 그런 의미”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이범호가 내야를 다 커버할 수 있다면 선수로서 그의 가치가 더 높아지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물론 프로 데뷔 후 주로 3루를 맡아온 이범호로서는 감독의 갑작스러운 주문에 당혹스러울 수 있다. 게다가 1루에는 이미 고쿠보 히로키, 마쓰나카 노부히코 등 쟁쟁한 선수들이 진을 치고 있다. 마쓰나카는 다리 부상으로 외야수나 지명타자로 분류될 가능성이 높지만 고쿠보는 확실한 주전 1루수다. 즉, 이범호의 1·3루 겸업은 주전 3루수 마쓰다 노부히로, 용병 오티스뿐 아니라 마쓰나카, 고쿠보와의 경쟁을 의미한다.

또 이범호는 타격센스를 갖고 있지만 홈런타자가 아닌 만큼 1루수로서 입지를 굳히기에는 핸디캡이 있다.

그러나 이범호는 “감독의 얘기는 팀의 수비강화 차원에서 1루 연습도 병행하라는 뜻이었다. 용병이니까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일본 언론의 성급한 보도에 대해서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야구를 잘 하면 나를 기용할 것이고 못 하면 안 쓸 것이라는 생각만 하고 있다”며 웃어 넘겼다.



미야자키(일본) |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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