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 사람] ‘PD공책’ 김현철 “난…천…천연기념물!”

입력 2010-02-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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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그맨 김현철. 스포츠동아DB

개그맨 김현철. 스포츠동아DB

□ 바로 이 사람- ‘PD공책’ 김현철
기막힌 반전 유머 ‘중독’
“진짜 바보 같아 급호감”
“9년전 팽 당했던 아이디어로 부활해 UCC에서까지 뜨고 있는 말 더듬고 잘 틀리는 개그맨 김현철씨에게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뭐라고 그러던가요)

“난…천…천연기념물!”

이야기 속에 담긴 반전은 만고불변의 재미다.

하물며 웃기려고 작정한 코미디 속 반전의 재미는 어떨까. 더구나 반전 코미디를 펼치는 개그맨의 실제 인생 역시 반전을 거듭했다면 재미는 배가 된다.

요즘 온라인까지 들썩이게 하는 반전 코미디가 있다. 김현철의 ‘PD공책’이다. 시청률 30%%를 넘보는 MBC 예능 프로그램 ‘세상을 바꾸는 퀴즈’(이하 세바퀴)에서 김현철이 맡은 코너 ‘PD공책’은 중독성 짙은 유머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PD공책’의 최신 버전 내용은 이렇다. “지리산에서 밭 두마지기에 담배와 인삼을 재배하다 마진이 안 맞아 그만두고 농촌진흥청에서 누에고치를 얻어 재배하고 있는 팔순 할머니에게 ‘조형기 씨는 세바퀴에서 어떻습니까’라고 물어봤습니다 (뭐라고 그러던가요) ‘뽕이다’.”

말을 더듬는 김현철이 방송뉴스 기자를 흉내내며 이 글을 읽는 모습을 보고 웃음을 참기란 쉽지 않다. 말을 더듬다가 틀리는 모습까지도 고스란히 방송되기 때문에 ‘PD공책’은 한편으론 ‘리얼리티 코미디’를 대표한다.

이처럼 어수룩한 김현철에게 ‘세바퀴’의 독설가인 이경실, 김구라가 “똑바로 하라”고 질타할 때면 그가 내뱉는 응수 역시 일종의 반전 코미디다. “지난 주에 ‘단비’(‘일요일 일요일 밤에’ 코너) 촬영으로 아프리카 다녀와서 힘들다”는 식이다.



사실 ‘PD공책’은 2001년 MBC가 방송했던 ‘코미디 닷컴’의 한 코너였다. 당시 박명수, 김학도, 김현철이 함께 출연해 코너를 운영했다. 하지만 “내용이 너무 앞선다”는 비판을 들으며 방송을 시작한지 채 두 달도 안 돼 조기 폐지된 ‘비운의 코너’(?)였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뒤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해 말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단숨에 주목받기 시작했고 이제는 ‘세바퀴’를 대표하는 인기 코너로 자리잡았다.

인기는 온라인으로 이어졌다. ‘PD공책’만 따로 묶은 UCC까지 나왔다. 단순한 코미디가 아니라 사회상을 풍자하는 내용도 담겨 있어 시청자와 누리꾼들의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화제의 중심에 서 있는 김현철은 요즘 일주일에 한 두 번씩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열리는 ‘아이템 회의’를 주도한다. ‘PD공책’에 담을 이야기를 직접 구성하는 것이다. 이 회의에는 9년 전 김현철과 ‘PD공책’을 만들었고, 지금은 ‘세바퀴’의 책임 작가를 맡은 김성원 작가도 참여한다.

시청자의 기대치가 높아지다 보니 아이템을 결정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게 제작진의 설명. 하지만 김현철과 ‘PD공책’이 전성기를 맞고 있다는 데에는 방송관계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는다.

94년 SBS 공채개그맨으로 시작해 올해 16년째를 맞은 김현철은 데뷔 초부터 고집했던 캐릭터가 마침내 인정받고 있다. “영리한 데 바보인 척 하는 연예인은 있지만, 그는 속까지 바보처럼 보여 더 친근하다”는 게 같이 작업을 하는 한 방송관계자의 말이다.

뚝심 있게 자신의 캐릭터를 유지해 전성기를 맞은 김현철은 진짜 ‘반전의 주인공’이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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