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Q|막걸리의변신은무죄] 막걸리 한사발 쭈욱 들이키면 인생이 보이네

입력 2010-02-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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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필로그
막걸리 공장 탐방을 마치고난 생각은 -세상사가 다 그렇겠지만 - 막걸리를 만드는 데에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막걸리만큼의 손길이 간다는 것이다.

위스키 광고처럼 깊은 맛을 내기 위해 오크통 속에서 잠자고 있는 막걸리같은 것은 세상에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고는 해도 거대한 용기 속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던 막걸리의 모습은 좀처럼 잊혀지지 않는다. 열탕 안에서 조용히 땀을 흘리며 살균의 시간을 보내던 병들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인생이란 것도 결국은 이런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피가 끓는 발효의 청춘을 보내고 나면 삶의 모난 부분을 조금씩 깎아내야 하는 인고의 세월(살균)이란 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자아라는 것이 채워지게 되면, 보이지 않는 손(신이랄지 운명이랄지)에 의해 마개가 닫혀지고 미지의 세상을 향해 등을 떠밀리게 된다.

결국 삶의 여정이란 낙오하지 않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뜬 채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런저런 것들을 경험하며 스무 개들이 박스에 담겨 트럭에 실리기까지 열을 지어 나아가고 또 나아가는 것이 아닐까.

막걸리가 곧 인생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막걸리가 없는 인생보다는 있는 쪽이 한결 낫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고 보면 막걸리 한 잔에는 쌀과 올리고당 외에도 꽤 많은 것들이 담겨있지 않나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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