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둔갑술의 귀재 ‘막걸리’
주점에 가서 메뉴판을 보면 동동주는 대개 막걸리보다 2000원쯤 비싸다. 병째 덜렁 가져다주는 막걸리와 달리 황금색 용기에 찰찰 담아 표주박과 함께 내오는 동동주는 확실히 뭔가 더 ‘있어’ 보인다.그런데 막상 마셔보면 막걸리나 동동주나 ‘그게 그거’라는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이거 그릇만 다른 거 아냐?’싶으면서 갑자기 2000원이 아까워지기 시작한다.
“그거 사실은 막걸리입니다.”
한국가양주협회 류인수(33) 회장은 막걸리가 동동주로 둔갑하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원래 동동주는 술을 빚는 사람만이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명주를 말한다. 술을 빚게 되면 투명한 술 위에 쌀알 몇 개가 동동 뜨게 되는데 이 모습을 보고 조상들은 개미유충이 떠 있는 것 같다 하여 ‘부의주’, 매화꽃이 핀 것 같다 하여 ‘매화주’라고도 불렀다. 막걸리 위에 쌀알 몇 개 띄웠다고 동동주가 되는 게 아니란 것이다.
더 중요한 점은 도수. 원래 동동주는 15도 정도로 13도인 와인보다도 센 술이다. 시중에서 파는 동동주는 대부분 막걸리와 같은 5∼6도짜리들이다.
결론! 동동주와 막걸리는 형제도 친척도 아닌, 별개의 술로 이해하는 게 속과 머리가 편하다. 더 이상 동동주의 탈을 쓴 사이다(또는 감미료) 섞은 막걸리에 속지 말고 살자는 얘기이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