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닫혔다, 변칙수비때문에…

입력 2010-02-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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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G 이상범 감독. [스포츠동아 DB]

‘더블 팀 수비’…문태영 8점으로 묶어
KT&G 89-69, LG에 20점차 대승
삼성, 오리온스 잡고 시즌 첫 4연승
안양 KT&G의 변칙 수비가 ‘득점기계’ 문태영(193cm·창원LG)을 꽁꽁 묶었다.

농구관계자들은 “올 시즌에는 KT&G 이상범(41·사진) 감독만큼 마음이 편한 사람도 없을 것”이라는 농담을 던지곤 한다.

팀의 주축인 김태술(180cm), 김일두(196cm)는 공익근무요원으로, 양희종(194cm)은 상무로 떠나보냈기 때문. 3인방이 복무를 마치고 돌아오는 시기, 재도약을 노린다는 계산이었다.

이 포석에 맞춰 2009∼2010시즌 중에는 ‘킹콩센터’ 나이젤 딕슨(205cm) 마저 부산 KT에 넘기고, 1라운드 신인드래프트 지명권을 움켜쥐었다. 3일 KT&G는 국내선수 드래프트 1,2순위 선수들을 모두 손에 넣으며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남들은 “뭐가 걱정이냐?”고 하지만 이상범 감독은 “아무리 ‘리빌딩의 시기’라고 해도 패배하는 감독의 마음은 편치 않다”고 털어놓는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목표한 성과들을 쌓아가고, 새로운 얼굴을 발굴해야 그것이 진짜 ‘리빌딩’이기 때문이다.

1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9∼2010 KCC프로농구 정규리그. LG와의 경기를 앞둔 이 감독은 “상대 에이스에 대한 봉쇄와 민첩한 협력 수비를 테스트 하는 것이 오늘 경기의 목표”라고 했다. 상대 에이스는 두말할 나위 없이 정규시즌 득점 1위 문태영을 지목한 것이었다.

1쿼터는 탐색전. 문태영이 6득점으로 활약한 LG의 23-22 리드였다.

“내 앞에서 슛을 쏘겠다고?” 안양 KT&G 김성철(오른쪽)이 10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남자프로농구 홈경기에서 팀 동료 황진원(왼쪽)과 함께 LG 기승호의 슛을 저지하고 있다.


이 감독의 전술은 2쿼터부터 빛났다. 문태영에게 공이 들어가면, 어김없이 더블 팀 수비. 공을 빼주기 어려운 타이밍에 적절히 도움수비가 들어가자 문태영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결국 2쿼터에만 턴오버 3개를 기록하며 2쿼터 2득점에 묶였다. 문태영 뿐만 아니라 매치업에서 밀리는 LG 센터 크리스 알렉산더 쪽 도움수비 역시 빛났다.

2쿼터까지 46-40으로 앞선 KT&G는 3쿼터에서만 상대 턴 오버 6개를 유발하며 점수를 벌렸다. KT&G 정휘량(198cm)은 밀착마크로 3쿼터 초반 문태영(8점)의 짜증스러운 반응을 유발한데 이어, 연속득점까지 올리며 깜짝 스타로 떠올랐다. 팀 동료 크리스 다니엘스와 함께 양 팀 통틀어 최다득점(16점). 결국 KT&G는 89-69로 대승을 거뒀다.

이상범 감독으로서는 ‘수비전술의 시험’과 ‘새 얼굴의 발굴’이라는 2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한 기분 좋은 승리였다.

한편, 잠실에서는 서울 삼성이 대구 오리온스를 92-79로 꺾고 올 시즌 첫 4연승을 달리며 플레이오프진출 마지노선인 6위 자리를 지켰다.

안양|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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