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피가 해냈다”…애제자, 스승 살리다

입력 2010-02-15 17:3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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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컵 대회를 마친 축구국가대표팀이 15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젊은 선수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용인축구센터장 시절 입학한 1기생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허 감독은 “조그만 녀석들이 볼을 예쁘게 잘 찼다. 중학교 1학년들이 2,3학년과의 대결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이기기도 했다. 참 대단한 녀석들이었다”고 회상한다.

2002년 개장한 용인축구센터 1기생 중에는 김보경(21·오이타), 이승렬(21·서울)이 포함돼 있다. 8년이 지난 지금 허 감독과 김보경, 이승렬은 대표팀에서 다시 만났고, 애제자들은 스승에게 천금같은 승리를 안기며 위기 탈출을 도왔다.

김보경과 이승렬은 14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 일본과의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3-1 승리를 책임졌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김보경은 전반 33분 동점골이 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후반 25분에는 일본의 왼쪽 측면을 완벽하게 개인돌파한 뒤 김재성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최전방 투 톱으로 선발 출전한 이승렬은 1-1로 균형을 이루던 전반 39분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허 감독은 중국전에서 0-3으로 완패한 뒤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며 일본전에 대한 부담이 심했다. 일본전에서 패한다면 감독 자리가 불안했을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았다. 유소년 시절부터 애정을 갖고 가르쳤던 애제자들 덕분에 허 감독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허 감독은 15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일본전에서 일부 포지션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김보경, 이승렬, 신형민, 김재성 등이다. 경험 부족을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큰 수확을 올렸다”고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의 등장이 한국축구에 큰 복이다.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등 상당히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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