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컵 대회를 마친 축구국가대표팀이 15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허정무 대표팀 감독이 기자회견을 기다리며 생각에 잠겨 있다.
대표팀 허정무 감독은 용인축구센터장 시절 입학한 1기생들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허 감독은 “조그만 녀석들이 볼을 예쁘게 잘 찼다. 중학교 1학년들이 2,3학년과의 대결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이기기도 했다. 참 대단한 녀석들이었다”고 회상한다.
2002년 개장한 용인축구센터 1기생 중에는 김보경(21·오이타), 이승렬(21·서울)이 포함돼 있다. 8년이 지난 지금 허 감독과 김보경, 이승렬은 대표팀에서 다시 만났고, 애제자들은 스승에게 천금같은 승리를 안기며 위기 탈출을 도왔다.
김보경과 이승렬은 14일 일본 도쿄국립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아선수권 일본과의 경기에서 맹활약하며 3-1 승리를 책임졌다.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나선 김보경은 전반 33분 동점골이 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후반 25분에는 일본의 왼쪽 측면을 완벽하게 개인돌파한 뒤 김재성의 쐐기골을 어시스트하는 등 최고의 기량을 선보였다.
최전방 투 톱으로 선발 출전한 이승렬은 1-1로 균형을 이루던 전반 39분 강력한 중거리 슛으로 결승골을 뽑아냈다.
허 감독은 중국전에서 0-3으로 완패한 뒤 팬들의 비난에 시달리며 일본전에 대한 부담이 심했다. 일본전에서 패한다면 감독 자리가 불안했을 정도로 여론이 좋지 않았다. 유소년 시절부터 애정을 갖고 가르쳤던 애제자들 덕분에 허 감독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허 감독은 15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일본전에서 일부 포지션을 보고 놀랐을 것이다. 김보경, 이승렬, 신형민, 김재성 등이다. 경험 부족을 우려했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큰 수확을 올렸다”고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어 “젊은 선수들의 등장이 한국축구에 큰 복이다. 세대교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등 상당히 긍정적이다”고 덧붙였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ㅣ박화용 기자 inphot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