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 값진 은’ 이승훈의 3대 강점

입력 2010-02-16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1 쇼트트랙 출신…코너 ‘예술’

2 강한 상대와 맞붙으면 신바람

■3 “후반 치고 나가자” 작전주효
말 그대로 금메달보다 값지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에서 이승훈(22·한국체대)이 따낸 은메달이 그렇다.

이승훈은 14일(한국시간) 밴쿠버 리치몬드 올림픽 오벌에서 열린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5000m 경기에서 6분16초95의 기록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시아 출신 선수가 빙속 장거리에서 따낸 최초의 올림픽 메달이다.

장거리 스피드 선수로는 왜소한 체격(키 177cm·몸무게 70kg)을 지녔기에 세계는 더 놀랐다. 어떻게 이승훈은 스피드로 갈아탄 지 9개월 만에 아시아를 대표하는 장거리 선수가 됐을까.


○쇼트트랙 경험을 살린 코너워크

이승훈은 비결을 묻자 “쇼트트랙 훈련이 내게는 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이달 초 캘거리 전지훈련을 떠나기 직전까지 쇼트트랙 선수 시절에 했던 훈련을 병행했기 때문이다.



가장 도움을 받은 부분은 유연한 코너워크. 김관규 감독은 “확실히 코너를 돌 때 속도를 유지하는 리듬감이 다르다. 이 때 남들보다 더 많이 치고 나간다”고 했다.

한국에 첫 스피드 메달을 안겼던 김윤만의 분석도 같다. “코너에서 피치를 올리고 직선에서 쉬어주는 레이싱이 주효했다”는 것이다.

이승훈은 “쇼트트랙은 곡선 질주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스피드에 접목시켰다”면서 “쇼트트랙은 오히려 한국이 장거리에 강하기 때문에 자신감이 있었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승훈의 훈련 방식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했지만, 그는 직접 몸으로 느끼는 성과에 집중했다. 결과는 물론 대성공.


○강한 상대와의 첫 레이싱

레이싱 파트너도 최상이었다. 전명규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이승훈은 지금까지 한 번도 자신보다 좋은 기록을 내는 선수와 레이스를 펼친 적이 없었다. 강한 상대들과 맞붙는 올림픽에서는 성적도 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예상대로다. 2006년 토리노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밥 드용(네덜란드)은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최적의 상대였다. 웬만한 일에는 긴장하거나 흥분하지 않는 차분한 성격도 도움이 된 것은 물론이다.


○후반에 힘 몰아쓰는 작전 성공

스스로도 장거리 선수였던 김 감독은 “중반까지는 무조건 너무 뒤처지지 않게만 달리고, 후반부에서 온 힘을 다해 치고 나가자”는 전략을 세웠다. 그리고 이승훈은 그대로 따랐다.

1000m 지점을 9위로 통과한 이승훈은 1400m 7위∼1800m 5위∼2200m 4위∼2600m 3위로 점점 1위와의 격차를 줄여나간 뒤 3000m 지점에서 마침내 2위로 올라섰다. 드용은 오히려 이승훈의 페이스에 끌려 다니다 힘이 떨어졌다.

SBS 제갈성렬 해설위원은 “평균 랩타임만 봐도 이번 작전이 얼마나 잘 맞아떨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밴쿠버(캐나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