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선 거침없이 하이킥…왜?

입력 2010-02-18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촬영센서 닿으면 기록측정…신체 어느부위든 상관없어
“왜 결승선 앞에만 서면 하이킥을 날리는 거야?” 이른 아침 졸린 눈을 비비며 이상화의 금메달을 응원하던 이동규(31) 씨는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이 한쪽 발을 치켜들고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빠른 순서대로 순위를 매기는 대부분의 스포츠는 연결동작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해야 최고 기록이 나온다. 그래서 1000분의 1초가 아까운 육상도 슬라이딩은 없다. 야구 역시 1루는 베이스를 밟고 지나쳐도 괜찮기 때문에 슬라이딩은 바보짓이란 소리까지 듣는다.

그러나 밴쿠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 출전한 선수들은 남녀, 국적 불문하고 결승선에서 한 쪽 스케이트를 번쩍 번쩍 들었다. 그 이유는 결승선에 숨겨진 촬영센서 때문이다.

스피드스케이팅은 이름 그대로 아주 근소한 차로 순위가 결정된다. 그래서 얼음트랙 바로 위에 적외선 센서와 트랙 바깥쪽에 설치된 촬영센서, 두 가지 첨단장치가 기록을 동시에 측정한다.

이 중 최종기록은 촬영센서의 측정이 우선이다. 스케이트 날이 링크의 결승선을 통과하기 전이지만 신체 어느 부위가 그 선 위 가상의 면에 닿는 순간 레이스를 마쳤다고 인정해 기록측정 시계를 멈추는 방식이다.

그래서 대부분 선수들은 스케이트 날이 결승선에 도착하기 전 한쪽 다리를 들어 기록단축을 노린다. 실제로 이 하이킥 동작으로 0.04초 내외를 단축할 수 있어 순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상화도 밴쿠버 출국 직전까지 이 동작을 집중적으로 연습했다.

그러나 선수들의 신체접촉이 없는 스피드스케이팅과 달리 쇼트트랙은 항상 충돌위험이 높기 때문에 결승선 앞에서라도 스케이트 날을 드는 순간 실격된다. 그래서 김기훈 감독은 현역시절 결승선에서 한 쪽 발을 앞으로 쭉 펴는 ‘날들이밀기’라는 전매특허 기술을 개발했고 이후 전 세계적인 유행으로 퍼져나갔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