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어요. 강남 갔던 제비도 돌아오고, 해외 갔던 프로야구 팀들도 하나 둘 돌아오고 있어요. 스프링캠프도 막바지예요. 시계가 멈추지 않는 한 캠프에서도 끊임없이 일들이 생겨요. 이번엔 어떤 일이 있었을까. 지금부터 재미있는 롤로코스터 신나게 돌아가요.
오키나와 LG캠프 6.9 지진 왔어요
빤스바람으로 뛰쳐나오고…
말 그대로 혼비백산했어요
방으로 돌아온 김광삼 다시 놀라요
이형종이 잠꼬대 하며 자고 있네요
○지진에도 끄떡없는 ‘강심장’ 이형종 “뭔 일 있었수?”
27일 새벽 5시쯤. 천장이 흔들리고, 침대가 요동쳤어요. 일본 오키나와 인근 해역에서 규모 6.9의 지진이 일어난 거래요. 오키나와에 스프링캠프를 차린 LG 삼성 한화 선수들 모두 기겁했어요. 특히 해안에 인접한 LG 선수들은 말 그대로 혼비백산했어요. 순식간에 머릿속에는 여러 단어가 밀려와요. 횡사? 객사? 낙사? 압사? 급사? 즉사? 변사? 사고사? 침대 밑으로 떨어져 포복하는 선수, 빤스바람으로 방을 뛰쳐나오는 선수…. 공포가 쓰나미처럼 몰려와요. “이런 우라질네이션!” 30∼40초의 흔들림이 3∼4시간처럼 느껴져요. 지진도 시간이 약이에요. 흔들림이 진정되자 놀란 마음도 진정돼요. 하나 둘 다시 방으로 돌아가요. 그런데 김광삼은 다시 한번 놀라 자빠졌어요. 룸메이트인 후배 이형종이 이 난리에도 여전히 꿈나라에요. 더 기막힌 건 잠꼬대까지 하며 자고 있었다는 거예요. 아침식사 시간에 이형종은 단연 화제의 인물이 됐어요. 그런데 천연덕스럽게 밥 먹던 이형종이 한마디 해요. “난 그저 꿈속에서 가위눌린 줄 알았죠.” 자다말고 봉창 두드리는 소리에 다들 또 나자빠졌어요. LG 관계자들, 꿈보다 좋은 해몽을 내놓아요. “이 정도 강심장이면 올 시즌 기대해 봐도 되겠죠?”
○선동열 정민철 “그까이꺼 지진 가지고 뭘…”
삼성 한화는 오키나와에서도 중부지방에 위치해 있어요. 그래서 LG보다는 충격이 덜했지만 여전히 강도 높은 지진이었어요. 그런데 LG 이형종이 가위눌린 줄 알고 꿈쩍하지 않았다면 삼성과 한화 캠프에서는 지진인줄 알면서도 잠 잘잔 인물들이 있었어요. 삼성 선동열 감독, 한화 정민철 코치가 주인공이에요. 다들 아침에 벌겋게 토끼눈을 하고 훈련을 나왔는데 이들은 코웃음만 쳤대요. “그까이꺼 지진 가지고 뭘∼.” 선수 시절 선 감독은 주니치에서, 정민철 코치는 요미우리에서 일본생활을 했어요. 지진에는 이골이 났대요. 지진을 천둥 번개쯤으로 생각하나봐요.
김시진 감독 독하게 변했어요
화장실 가는 시간만 빼고 ‘뺑뺑이’
가고시마 지옥훈련에 혀 빠졌어요
넥센 히어로즈 이젠 ‘혀로즈’ 됐어요
○지옥훈련에 혀가 석자나 빠진 ‘혀로즈’
넥센 히어로즈는 올해 일본 가고시마에서 훈련했어요. 겨울에 기둥에 서까래까지 팔아넘기면서 맘씨 좋은 김시진 감독님 변했어요. 독이 올랐나봐요. 훈련밖에 없대요. 예년보다 몇 배는 더 힘들어요. 작년까지 겨울이면 미국 플로리다로 떠났는데 거기서는 배팅케이지 3군데 설치했어요. 이번엔? 2개 구장에 배팅케이지만 5개에요. 물 마시고 화장실 가는 시간 빼면 방망이 돌렸어요. 당연히 배팅볼 투수 더 필요했어요. 이광근 수석코치까지 공 던지는데 프런트 직원도 뒷짐질 수 있나요. 양 팔 달린 직립인원은 다 나서야만 했어요. 주장 이숭용은 “지난해보다 훈련량이 2배 정도는 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러요. 홍콩을 넘어 안드로메다까지 몇 번씩 갔다왔어요. 다른 선수들도 고된 훈련에 혀가 석자나 쑥 빠졌어요. 그래서 ‘넥센 혀로즈’래요. 독해진 감독님 때문에 훈련강도는 갈수록 독해지니 내년이 걱정이에요. 이러다 내년에 스폰서 업체가 “타이어 무한공급” 선언하면 어쩌나요. 허리에 타이어 매달고 뛰는 건 아닐까 걱정된대요.
○모창민, 세계에서 가장 힘든 대주자?
SK 김성근 감독은 성균관대 출신을 좋아해요. 아무리 훈련을 시켜도 꾸역꾸역 다 해낸대요. SK보다 훈련 많이 하는 곳이라고 김 감독에게서 인정받았어요. 내야수 모창민이 이 학교 나왔어요. 학맥은 세탁할 수 없다고 SK 캠프의 우등생이에요. 배팅이면 배팅, 펑고면 펑고, 러닝이면 러닝. 새벽별부터 저녁달까지 남들 헉헉거려도 끄떡없어요. 김 감독은 캠프 우수타자로 뽑아 귀감으로 삼았대요. 모창민도 알아요. 자기가 아마도 이 지구상에서 가장 빡센 훈련을 하는 야구선수란 걸.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기쁘지만 어딘가 허전했나 봐요. “그런데 왜 나는 대주자로만 나가죠?” 이제 훈련만 가장 세게 하는 대주자가 아니라 에브리데이 플레이어 되고 싶은 모창민의 소망이에요.
○조갈량의 변신에 눈알 튀어나오는 KIA 선수들
KIA 조범현 감독 평소에 과묵해요. 선수들에게는 특히 말을 아껴요. 나서는 법이 없어요. 조언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도 담당 코치를 통해 전달해요. 그런데 스프링캠프가 되자 달라졌어요. 팔을 걷어붙여요. 수비 훈련 때는 직접 몽둥이를 들고 수백 개씩 펑고를 날려요. 배팅볼도 직접 던져요. 게다가 배팅볼 던질 때 손기술을 사용해요. ‘뱀직구’에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조갈량’이 ‘팔색조’로 변했어요. 이번 스프링캠프 앞두고 숨어서 변화구를 연마했대요. 그래도 현역 프로선수가 보기에는 딱 치기 좋은 공이에요. 우습게 보여요. 눈치 빠른 조갈량, 작전을 써요. “변화구 던진다” 말하고는 직구 던지고, “직구 던진다”고 말하고는 변화구 던져요. 반칙이라고 항의도 못해요. 타자들 안구 튀어나와요. 감독님이 나서는 만큼 집중해야 해요. 실수했다가는 영영 안드로메다로 가는 수가 있어요. 타자들이 그래요. “일구일구 눈알 빠지게 치다보니 나도 모르게 타격실력이 일취월장한 것 같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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