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장하다 내 아들 딸”…부모들 ,도착 3시간 전부터 발동동

입력 2010-03-0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종합 5위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한국선수단이 '피겨퀸' 김연아를 기수로 세우며 2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아들은 11시간을 꺼두었던 핸드폰을 곱게 켰다. 그리고 처음으로 누른 번호는 어머니의 것이었다. “우리 아들, 장하다. 고맙다.” 공항청사에서 모태범(21·한체대)의 목소리를 들은 어머니 정연화(50) 씨의 눈은 아들 얼굴을 보기도 전에 젖어들었다.

3시간보다 더 길었던 30분. 어차피 보게 될 아들인데도 뭐가 그리 초조한지 어머니는 발을 동동 굴렀다.

“우리 아들 보여주려고 내가 직접 만들었어요.” 아버지 모영열(51) 씨는 손에 쥐고 있던 것을 꼬깃꼬깃 펼쳤다.

‘2010밴쿠버동계올림픽 모태범 선수 금·은메달 획득’ 아버지가 손수 도안을 했다는 환영 현수막이었다. 20년 넘게 키워온 아들. 고작 떨어져 있던 기간은 한 달이었는데도 아버지는 “빨리 보고싶다”는 말만 되뇌었다.

2일, 인천국제공항을 메운 무수한 환영인파. 선수들의 부모는 요란스럽지 않게 빛나는 존재였다. 그들의 심정은 한결 같았다. 모태범의 어머니도, 이상화의 어머니 김인순(49) 씨도 “내 아들(딸)이 들어오면 다른 어떤 말보다, 그냥 한번 꼭 안아주고 싶다”고 했다.

드디어 선수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팬들의 환호성과 플래시 세례 속에서 ‘아들·딸’이 보였다. 하지만 언제나 그랬듯, 부모는 팬들에게 둘러싸인 자식들을 멀찌감치 바라볼 뿐이었다. 자랑스럽다는 듯한 미소로 날린 손짓 한 번. 그것이 인사의 전부였다.

기자회견 종료 후, 모영열 씨는 “공항에서는 아들 얼굴을 스치듯 봐서 지금 태릉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 종일 숨바꼭질. 그래도 “아들을 볼 수 있다면 좋다”는 그의 목소리는 천상의 부모의 그것이었다.

인천국제공항|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