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김연아-이상화. 스포츠동아DB
피겨여왕 일거수 일투족에 언론·팬 플래시 세례 집중
“연아가 예쁘고 날씬하지만 저도 저만의 매력이…”이상화 깜찍 도발에 ‘피겨퀸 연아’ 당황 폭소오후 4시57분, 도착 신호가 떴다. 기다림. 오후 5시32분, 함성이 터졌다. 영웅들이 귀환했다. 피겨여왕 김연아가 태극기를 들고 선두에 섰다. 11명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그들을 이끌어준 코치들이 개선했다. 스피드스케이팅과 쇼트트랙의 금맥 산실인 한국체대, 김연아의 모교 군포 수리고, 썰매종목의 결선진출을 지원한 강원도청, 빙상연맹, 개인 자격으로 공항까지 찾아온 국민들. 그리고 선수들의 가족에 취재진, 경찰병력, 공항관계자까지…. 방송사는 긴급속보로 다뤘고, 공항 여기저기에 실황중계 부스를 설치했다. 공항 2층까지 인파로 물결쳤다.
옆에 있던 방송 카메라맨은 질린 듯 말했다. “서울, 경기지역 카메라는 다 여기 온 것 같다.” 기자회견장은 서있는데도 땀이 줄줄 흐를 만큼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왕중왕은 김연아였다. 일거수일투족이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이정수, 모태범, 이상화, 이승훈 등 선수들은 “이제야 (우리가 무슨 일을 해냈는지) 실감난다”고 입을 모았다. 성시백은 공항 게이트를 나온 순간부터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여신, 여왕을 당황케 하다?
자칫 엄숙으로 일관할 뻔한 기자회견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압권은 이상화의 깜찍한 도발(?)이었다. “빙판의 신세경이라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렇게 불러줘서 좋아요. 누군가는 (저와 김연아를)여신 대 여왕이라고 비교하시던데 솔직히 연아가 더 예쁘고, 몸매도 날씬하죠. 그렇지만 저도 저만의 매력이 있지 않겠어요?”
여기엔 강심장 김연아도 순간 난감했던 듯 “난 어떻게 대답해야 돼?”라고 혼잣말을 했다. 김연아는 “스포츠선수니까 외적인 부분보다 실력으로 보여드려야 된다. 스피드와 피겨종목만의 특성이 있으니까 (단순비교는)무리다.(이상화는)어렸을 때 이후 처음 봤다. 스케이트 복장 입은 전후가 너무 차이난다”라고 역시 선수는 경기할 때 제일 예쁘다는 요지의 ‘모범답안’을 내놓았다.
○여왕과 여신이 보내는 대한민국 응원가
이제 시대의 롤모델로 떠오른 김연아와 이상화. 김연아는 “자기만의 꿈이 있으면 힘든 일이나 시련이 있어도 이겨내고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이상화는 “부담 없이 즐기라”고 충고했다. 이들의 성공비결은 곧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는 국민들을 위한 응원가처럼 들렸다.
전 국민이 알고 싶은 향후 행보에 대해 김연아는 “세계선수권을 치르는데 전념하겠다. 향후 계획은 그 다음부터 천천히 생각하겠다”라고 종전 발언을 되풀이했다. 밴쿠버의 영웅들은 2일 밤을 선수촌에서 지낸 뒤 3일 해단식을 갖는다. 원래 선수촌에 입소하지 않은 김연아만 따로 묵는다. 이어 밴쿠버 영웅들은 이명박 대통령 초청을 받아 3일 청와대에 들어간다.
인천국제공항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